'역대 최대' 3000억원 규모 투자리딩 사기일당 경찰에 검거

by황영민 기자
2024.11.13 12:25:17

유사투자자문업체 운영 A씨 추천 실패로 환불요구 받자
지주회사 설립 후 시장가치 없는 가상자산 판매
1만5304명으로부터 3256억원 편취한 혐의
경기남부청 215명 검거, A씨 등 12명 구속송치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가상자산 투자사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원대 피해액을 일으킨 일당 수백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A씨 등 일당이 투자리딩 사기를 위해 운영한 유튜브 광고 화면.(사진=경기남부경찰청)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유사투자자문업체 관계자 등 215명을 검거, 총책인 40대 A씨 등 1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상자산 28종을 판매 및 발행한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1만5304명에게 325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62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20년 추천한 주식 종목이 거래 중지돼 회원들로부터 집단 환불요청을 받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상자산 판매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의 지주회사를 설립한 A씨는 그 밑에 6개의 유사투자자문법인, 10개의 판매법인을 두고 총괄 및 중간관리·코인 발행·시세조종·DB공급·코인판매·자금세탁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15개의 조직을 만들었다.

경찰에 검거된 투자리딩 사기일당 조직도.(자료=경기남부경찰청)
이어 유튜브 강의 및 광고 등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 900만개를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건 뒤 ‘원금의 20배’, ‘운명을 바꿀 기회’, ‘아파트 팔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코인을 매수하라’는 문구로 투자를 유도했다.



이들이 판매한 코인 28종 중 6종은 자체적으로 발행한 뒤 브로커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자체 구매로 가격을 올린 뒤 이를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2종의 경우 자체 발행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정보가 거의 없고, 거래량이 적어 실제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일당은 가짜 명함과 대포폰 등을 동원해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한 뒤 “피해 보상을 해 주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속여 이를 건네받아 신용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1인당 최대 12억원까지 투자금을 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을 토대로 A씨 일당의 범행을 인지한 경찰은 가상자산 판매 계좌 등 1444개의 계좌를 분석해 자금 흐름을 파악했다.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를 경유해 호주로 도피했던 A씨를 검거하고, A씨가 소지 중인 비트코인 22개도 압수했다.

아울러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들이 가로챈 사실이 확인된 478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리딩 사기 범죄가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점점 변화하면서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비대면 투자 권유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