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증시 하락, 진중히 보고 있어..내년 경제 불확실”(종합)

by최훈길 기자
2018.10.29 21:49:10

경제부총리, 올해 마지막 국감 출석
“증시 패닉 아냐..회복 시점 얘기 어려워”
“임대소득세 강화-증권거래세 인하 검토”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연령 인상 검토할만해”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조진영 김정현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시 하락에 대해 “진중하게 보고 있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쳤다. 내년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경계해야 할 점과 하방 압력 요인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됐던 ‘11월 인상론’도 조금씩 흔들리는 형국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29일 밤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고 보고 있다”며 “결코 소홀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증시 하락 원인에 대해 “글로벌 불확실성과 국내 투자 등 경기부진 (때문)”이라며 “주식 시장을 면밀히 보고 있지만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가 2000선이 깨졌는데 패닉으로 갈 것 같나’는 질문에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주식 시장을 24시간 점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변동성 확대 시 금융시장과 관련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나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선 “언제쯤 주가, 고용 문제에 있어서 (회복될지)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며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을 말씀드리는 것이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 여러 상황을 보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부총리는 “단시간 내에 고용이 좋아지기에는 우리 경제의 구조, 경기, 정책적 문제가 같이 작용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런 경제상황과 정부가 생각하는 비전, 방향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국민께 양해, 협조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경제정책에 대해서 누구보다 제가 책임질 사람”이라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임 의사를 포함한 것인가’라는 질의에는 “어떻게 안에 있는 정부 얘기를 일일이 (외부에 말)하겠나. 소신껏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김 부총리는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내년 경제전망’을 묻자 “1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종합적인 것은 그때 담기겠지만 제 생각에 여러 대외 변수를 감안할 때 (내년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기재부는 오는 12월에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열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은 실물경기 등을 다 감안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 등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우려에 늘 유념하고 정부 당국과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가 맞다”면서 “한 번 인상이 긴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30일 개최된다.



이날 국감에선 이 같은 경기 상황을 놓고 정부와 야당 간 설전도 벌어졌다. 포문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열었다. 유 의원은 “1997~1998년 외환위기, 오일 쇼크 등 위기가 올 때 보면 6개월이나 3개월 전에도 거의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 궤도로 가면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경제)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방 위험성, 불확실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자산에 대한 증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도 결국 종합과세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묻자, “원칙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년에 분리과세가 되니까 시행해 보면서 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종합과세를 중장기 과제로 볼 것임을 시사했다. 종합과세로 개편하면 임대소득 과세액이 증가할 전망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수 초과 전망치에 대해선 “예산 대비해 20조원 넘게 더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정부가 전망한 국세수입 예산은 268조 1000억원이다. 이 때문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 부담을 줄일 방안을 마련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낮추거나 국가채무 상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내년 5월까지 유류세는 세수 마이너스”라며 “(국채 발행 계획에 대해선)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윤후덕 의원이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을 묻자 “증권거래세 0.1%에 세수 2조원 정도가 좌우된다”며 “이론적으로는 검토가 가능한 사안입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참고는 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안 된다”면서 “양도세와 거래세 문제가 있는데 조금 더 상황을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농협, 수협의 비과세 예금 혜택을 폐지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대도시에 살면서 농·수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준조합원의 비과세 특례를 손봐야 할 것 같아 법안은 내놨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은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김 부총리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해 “노인 연령을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며 연령 상향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묻자 “해당되는 어르신들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연령을) 올린다면 순차적으로 하는 게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과 관련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이 통과되기 전에 우선 시범도입하면 어떠냐’ 해서 추진 중”이라며 “공운위(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이달 중 열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고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제도다. 법 개정이 필요한 노동이사제와 달리 노사 합의에 따라 참관제 도입이 가능하다.

김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때 추진된 울산·포항고속도로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재점검을 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유승희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2구간 록볼트 관련해 2014년에 대한토목학회에서 안전한 것으로 판명 났다. 그렇지만 (최근 안전성 문제) 이야기가 있어서 추가 확인 중”이라며 “그런 문제가 있다면 관련 기관에 확인해 보고 조치할 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마지막 국감인 이날 종합감사는 개회한 지 11시간여 만인 오후 9시9분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