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前경찰청장 '구속'…법원, 정보경찰 문제 인정(종합)
by이승현 기자
2019.05.15 23:34:00
조현오 이어 7개월 만에 전직 청장 또 구속
20대 총선서 친박계 맞춤형 선거정보 수집 등 혐의
警, ''망신주기'' 반발했지만 전직 수장 구속에 난처
이철성 전 청장 등 3명은 구속영장 기각
|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왼쪽 두번째)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맨 오른쪽)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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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적인 정보수집과 정치관여 행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55) 전 경찰청장이 15일 구속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이철성(61) 전 경찰청장은 구속을 면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경찰의 약한 고리인 정보경찰 문제에 경종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구속된 지 7개월 만에 다른 전직 수장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신 부장판사는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박화진(56) 경찰청 외사국장과 김상운(60) 전 경찰청 정보국장(전 경북지방경찰청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강 전 청장에 대해 “피의자가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3명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과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수사진행 경과, 관련자 진술과 문건 등 증거자료 확보 정도 등에 비춰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강 전 청장 등이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를 위해 정보경찰을 동원해 맞춤형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공천문제를 두고 친박계와 갈등을 빚던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정치인 동향을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혐의도 있다.
강 전 청장은 2012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이 전 청장은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각각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국장은 2015년 12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 정보국장직을 맡았다.
이들은 이 기간 정보경찰을 이용해 진보성향 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등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뒤 견제 방안을 마련토록 한 혐의도 있다.
경찰청 정보국은 또 2013년 10월 윤석열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 윗선의 외압을 폭로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에 민생행보에 집중하라는 대처요령을 담은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른바 ‘건전언론’ 도움을 받아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 ‘종북 좌파’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청장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경찰 정보업무의 특성 등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에서 지시한 대로 선거 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어떻게 활용할지는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강 전 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강 전 청장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청장을 비롯해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혐의와 관련된 전·현직 경찰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이 사건관 연루된 전·현직 경찰 고위직을 대거 수사한 데다 특히 전직 경찰청장 2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 내부에선 ‘경찰 망신주기’라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법원이 강 전 청장을 구속하며 검찰이 주장한 정보경찰의 불법사찰과 정치관여 혐의를 인정해 경찰로선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검찰은 경찰 망신주기 의혹에 대해 지난 11일 별도 입장문을 내어 “검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책임의 정도에 대해 보완조사를 하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며 “(영장청구 등)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이 지금까지 전직 경찰청장 2명을 포함해 총 6명의 경찰 고위직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1명만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영장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사건과 관련해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압수수색으로 이미 상당한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고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법리적 평가 여부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어 이 사건 가담경위나 정도 등에서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