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학생단체, '징병제' 우려에 수업거부 예고
by윤종성 기자
2025.12.03 21:47:42
獨 정부, 징병제 전환 병역법 개정안 마련
"인생의 반년을 막사에 갇혀 지내기 싫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독일 정부가 징병제 부활을 염두에 두고 병역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학생단체가 수업거부 투쟁을 예고했다.
3일(현지시간) 주간지 차이트 등에 따르면 ‘병역의무에 반대하는 학교파업연대’는 “규율과 복종, 살상을 배우려고 인생의 반년을 막사에 갇혀 지내고 싶지 않다”며 “연방의회에서 병역법 개정안 표결이 예정된 오는 5일 학교 수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 전국 약 90개 지역에서 파업위원회를 조직하고 학교에 가는 대신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경찰은 베를린에서만 학생 약 3000명이 파업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했다.
교육과학노조(GEW), 군축을 요구하는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 등이 이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 교육당국은 수업을 빼먹고 집회에 참가하면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는 군복무를 자원한 신병이 목표치에 못 미칠 경우 의회 의결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027년부터는 만 18세가 되는 남성 약 30만명이 입대를 전제로 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18만3000명인 현역 군인을 2035년 최대 27만명으로 늘리는 게 국방부 목표다.
징병제에 대한 여론은 세대에 따라 엇갈린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시베이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68%가 의무 군복무에 찬성했지만 18∼29세 청년층에서는 찬성이 48%에 그쳤다.
청년들은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추첨으로 군대에 갈 수도 있다는 데 거부감이 크다. 학교파업연대는 “총알받이로 희생되고 싶지 않다. 우리와 친구들이 제비뽑기로 살인과 죽음에 내몰리는 걸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