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11% 늘었지만 가치는 ‘뚝’…펀드결성 차질 어쩌나
by김경은 기자
2024.11.13 12:00:00
3분기 누적 벤처투자 8.6조…완만한 회복세
전 세계 벤처투자 19% 감소와 대조적 흐름
피투자기업·투자건수 늘었지만 투자금액은↓
"시장 혹한기에 기업가치 낮춰 투자받은 결과"
펀드결성 규모 8.2조…전년 대비 4.1% 감소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8조 6000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투자금액 대비 투자건수가 줄었고 신규 펀드 결성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 규모는 총 8조 5808억원을 기록했다.
고금리 등으로 인한 전 세계 벤처투자 위축에도 국내에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유럽은 11.7% 줄었고 미국은 6.4% 소폭 증가해 우리나라와는 차이를 보였다.
업종별 투자를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전기·기계·장비 등이 전년 대비 크게 각각 46.8%, 24.4% 증가해 벤처투자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올해 1~3분기 펀드결성 규모는 8조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 소진 등의 이유로 투자가 늘고는 있으나 여전히 출자자(LP) 모집이 여의치 않아 신규 펀드결성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받은 기업들 역시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벤처투자 호황이던 2021~2022년과 비교하면 투자받은 기업 수는 늘었으나 전체 투자금액이 줄어서다.
2021년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10조 2126억원으로 이 기간 3169개사가 5857건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는 같은 기간 3406개사가 5888건의 투자를 받아 피투자기업 수와 투자건수가 모두 늘었으나 투자규모는 8조 5808억원으로 줄었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혹한기인 벤처투자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깎아 투자받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가치가 줄어 피투자기업 수 대비 벤처투자액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적은 금액의 초기 투자가 많아진 결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펀드결성액이 올해 1분기 2조 5446억원에서 2분기 2조 6040억원, 3분기 3조 538억원 등으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추후 글로벌 투자 유치를 1조원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우리나라 벤처투자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10월 2일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의 이행을 통해 이러한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