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가폭등은 딴세상 얘기…게임스탑 매장은 '한산'

by김정남 기자
2021.02.01 19:05:33

미국 내 일부 게임스탑 매장들 둘러보니
뜨거운 쩐의 전쟁과 달리…한산한 매장들
월가 집어삼키는 개미들의 투자 응집력
"이번에 빚 갚고 집 살 수 있을 것 같다"
WSJ "개미들 매도 저울질"…주가 내리나
'개미 vs 헤지펀드' 지수 전체 충격 우려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찾은 미국 뉴저지주 인근 한 게임스탑 매장 내부가 한산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인근의 한 게임스탑 매장. 실내는 얼추 10평 남짓 돼 보였고, 기자가 매장에 머무르는 동안 직원 두 명을 제외하면 손님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를 비롯해 스위치, 게임팩 등을 주로 팔고 있었는데, 간간이 먼지가 쌓인 상품이 눈에 띌 정도로 관리가 소홀해 보였다.

다른 지역의 매장들도 비슷했다. 게임스탑은 비디오게임이 주류인 미국에서 한때 게임 유통시장을 주름 잡았다. 하지만 점점 게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흐름에 뒤처진 ‘한물간 회사’로 여겨졌다.

게임스탑 매출액은 2018회계연도 당시 85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서 2019년 82억달러, 2020년 65억달러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각각 7억달러, 4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일부 마니아층들만 찾는 오프라인 소매체인으로 전락하며 게임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였다. 매장 직원에게 요즘 주가 폭등을 물어보니 “자세히는 잘 모르고 있다”며 웃었다. 개미와 헤지펀드간 불꽃튀는 ‘공매도 전쟁’은 게임스탑 매장에서는 딴 나라 얘기다.

한산한 게임스탑 매장들과 달리 주식은 월가를 집어삼키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개미들의 반란은 대형 금융사들의 사업 행태마저 바꾸고 있을 정도다. 다만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어서 버블이 일시에 꺼지면 증시 전체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저널(WSJ)이 최근 전한 게임스탑을 둘러싼 투자 행태는 ‘모 아니면 도’식의 전형적인 투기다.

한 투자자가 미국 개미군단의 성지인 온라인 커뮤뮤니티 ‘레딧’에 올린 “노후에 요트를 타며 지내거나 아니면 푸드 스탬프(food stamp·미국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에 의존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라는 글이 이를 대변한다. 공매도 세력과의 초반 전투에서 개미들이 완승한 덕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떼돈을 벌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IT 전문가 아미나 스파히치(28)씨는 약 2주 전 주당 38달러에 게임스탑 주식을 상당수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폭등하자 일부를 팔아 빚을 갚았고, 나머지는 일단 보유하기로 했다. 스파히치씨는 “나는 모든 지인들에게 레딧을 보고 하라는대로 했다고 말한다”며 “커뮤니티 회원들이 하는 투자 행태를 보고 거의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스탑 개미들의 상당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신용정보관리 솔루션업체 엑스페리안에 따르면 이들 세대의 신용카드 부채는 지난해 3분기 1인당 평균 4322달러까지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실업난까지 겹치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선택한 건 주식 투자 광풍에 올라타는 것이다.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의 한 회원은 최근 학자금 대출 2만3504달러를 완납했다는 영수증 사진을 올렸다. 이 회원은 “이렇게 빨리 대출을 갚을 줄 몰랐다”고 썼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사는 직장인 조 밸런트(32)씨는 “대학원 진학으로 인해 수십만달러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고 있었다”며 “게임스탑 투자를 통해 지금은 집까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개미들의 미스터리한 응집력이 곧 깨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많다. 밸런트씨는 “게임스탑을 통해 차익을 실현해 학자금 대출을 갚고 결혼식 비용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주가가 목표한 대로 뛴다면 언제든 매각하겠다는 얘기다. 제2, 제3의 밸런트가 일시에 쏟아져 나올 경우 언제는 주가는 폭락할 수 있다. WSJ는 “투자자들이 (지난주 중 한때) 게임스탑 주가가 하락한 뒤 더욱 조급해하고 있다”며 “매각 시점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스탑 주가가 조만간 10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다. 카일 배스 헤이먼캐피털 창업자는 “(게임스탑 등 일부 과열주를 둘러싼 최근 흐름은) 이건 투자라고 볼 수 없다”며 “게임스탑 주가는 한두달 안에 주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투자은행(IB) 베어드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모두 대입해도 지금의 주가 수준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동반 하락 △어두운 오프라인 게임 유통시장 등을 볼 때 지금의 주가는 거품이라는데 월가 내에서는 이견이 없다. 베어드는 “거품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의 관심은 게임스탑 사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악영향을 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아직은 시장이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게임스탑 사태로 개미와 헤지펀드 중 한쪽이 무너지면 패닉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찾은 미국 뉴저지주 인근 한 게임스탑 매장 내부가 한산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