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2.06 15:53:56
시민단체 조사, 일본산 '가쓰오 부시' 세슘 초과 검출
숭어·명태 10개중 1~2개꼴..수입산, 국산보다 방사능 2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식탁 안전 구멍 뚫려
WTO 분쟁 패소하면 수입규제 풀려..산업부 "내년 6월 결론"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방사능 유통 허용치(일본산 기준 1베크렐)를 초과한 일본산 수산물이 시중에 버젓이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태 등 국민이 주로 섭취하는 수산물 10개 중 1~2개꼴로 방사능이 검출됐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안전 조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광주환경운동연합, 환경과자치연구소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한 ‘2016년 국민다소비 수산물 방사능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가공품 가쓰오 부시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 137이 1.02베크렐(Bq/kg) 검출됐다.
세슘 137은 핵실험 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 원소로 일본 후쿠시마,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다.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가 약 30년에 달하고 인체 노출 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2013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된 일본산 식품은 수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 137이 1베크렐(Bq/kg) 이상 검출되면 시중 유통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이들 시민단체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부산·광주 3개 지역의 재래시장(59개) 및 대형마트(46개)에서 판매 중인 수산물을 구입해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다. 멸치(20), 숭어(16), 미역(13), 오징어(13), 꼬막(12), 명태(10), 연어(10), 가쓰오 부시(9), 방어(2) 등 식탁에 주로 오르는 수산물 9종 105개의 시료가 분석 대상이 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시료 105개 중 5개에서 세슘 137이 검출된 것으로 전체 검출률은 4.8%를 기록했다. 숭어 16개 중 3개(18.8%), 명태 10개 중 1개(10%), 가쓰오 부시 9개 중 1개(11.1%)에서 검출됐다. 원산지는 국내산 3개, 러시아산 1개, 일본산 1개로 일본산에서만 유통 허용치를 초과했다.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시료 중 4개,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시료 중 1개에서 검출됐다. 다만 세슘 137 검출 농도는 평균 0.80 베크렐, 최대 1.25 베크렐로 방사능 기준치(100 베크렐)를 넘진 않았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회유성(回游性) 어종인 명태는 후쿠시마 원전의 영향을 받는 해역에서 어획된 것으로 보이며 국내산 숭어에서 검출된 방사능에 대해선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식약처가 정밀하게 방사능 조사를 실시하고 일본산의 경우 현행 수입규제를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수산물에서는 세슘 137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정밀조사 여부는 내부적으로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등 8개현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우리나라를 지난해 5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현재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할 패널을 구성, 패널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신정훈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법무과장은 “수입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놓고 상호 공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6월께 DBS가 WTO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