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지포인트 사태로 드러난 제도적 헛점
by황병서 기자
2021.08.17 18:28:27
지난 11일 사용처 돌연 줄여
본사 찾아가 소비자들 항의
미등록 상태로 2년 넘게 운영
“법망 테두리 있어야 감독 가능해”
법 사각지대 속 피해자들만 양산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가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한 가운데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몰려있다. 가입자들은 사옥 입구부터 수백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리며 환불 합의서를 쓰고 결제금액의 일부라도 돌려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무제한 할인 20%’를 앞세워 소비자 100만명을 사로잡은 머지포인트 소비자 환불 사태는 우리사회에 큰 숙제를 남겼다. 핀테크 중심의 플랫폼 사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제도가 신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는 비대면 시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할 서비스였다.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하면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프랜드 6만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머지포인트 액면가 10만원치를 8만원에 구입하고 편의점 등에서 10만원어치 상품을 사는 식이다.
하지만 2년 넘는 영업기간동안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을 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뒤늦게 법 위반 사실을 인지한 머지플러스측이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 한곳으로 줄인다고 지난 11일 공지하면서 불안한 소비자들이 대규모 환불을 요구하는 등 사태가 커진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본사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하다 경찰과 마찰을 빚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구제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소비자의 호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규제사각지대에 놓인 신규 플랫폼 사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머지플러스는 2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가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덩치를 키웠지만, 전자금융사업자 등록을 안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머지플러스가 투자 유치를 위해 자사의 사업이 전자금융업에 해당되는지를 금융감독원에 문의하기까지 했다. 머지플러스의 문의에 금감원이 지난주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답했고, 머지플러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점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머지포인트 사용 중단을 공지했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머지 플러스가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 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그제서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정은보 금감원장 주재의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등록된 선불업자 65개 업체에 대해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의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고,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마련된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또한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했더라도 문제가 생겼다면 소비자를 보호할 근거 조항이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핀테크 플랫폼 등 신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당연히 시장이 더 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도 없어야 한다. 정책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관련 법안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