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 거부에…국민연금 수책위도 늦어질 듯
by김성수 기자
2024.10.31 17:33:24
고려아연, MBK·영풍 측 임시주총 소집 청구 ''거부''
임시주총 열려면 법원 허가 받아야…1~2개월 소요
국민연금, 고려아연 차익실현시 지분율 바뀔 수도
수책위 9명 다수결 결정…경영권 분쟁 ''핵심 변수''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주총) 개최가 예상보다 늦어진 만큼 국민연금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개최 일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MBK파트너스·영풍 측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MBK·영풍은 법원 허가를 받아서 임시주총을 열어야 한다. 여기에 대략 1~2개월이 걸린다.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에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책위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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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열릴 예정이다. 고려아연을 비롯한 기업들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행사할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책위 개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임시주총 일정이 확정되고 이사 선임 등 주총 안건도 확정되면 그보다 2~3일 앞서서 수책위가 열린다. 다만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책위 일정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중인 MBK·영풍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사실상 거부해서다.
MBK·영풍은 지난 28일 고려아연에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그러나 고려아연 이사회는 영풍 측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상법상 주총 소집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상법 제366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이같은 청구가 있은 후 이사회가 지체 없이 총회소집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에는 청구한 주주가 법원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상법에 ‘지체 없이’라고 규정한 만큼 고려아연 이사회 내 최윤범 회장 측 이사들이 임시 주총 개최를 반대하면 영풍 측은 주총을 열지 못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MBK·영풍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허가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재판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과 법원 결정을 받는 데는 대략 1~2개월이 소요된다. 즉 실제 임시주총이 빨라도 다음달 말 또는 내년 초 열리게 된다는 뜻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우선 국민연금 지분율이 바뀔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또는 직접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고려아연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하고 차익실현할 경우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 지난 9월 30일 기준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율 (자료=고려아연 증권신고서(지분증권) 공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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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는 올 들어 103.09% 올랐다. 국민연금의 향후 5년간(2025~2029년) 목표수익률 5.4%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증권신고서(지분증권) 공시에서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지난 9월 30일 기준 7.48%(154만8609주)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30일 기준 7.83%(162만375주) 대비 7만1766주 감소한 수치다.
또한 MBK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채무상환 2조3000억원(하나은행, SC은행 등) △시설자금 1350억원(온산제련소 시설 투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658억원(신규사업 투자) 등이다.
| 고려아연 유상증자 조달자금의 세부 사용내역 (자료=고려아연 증권신고서(지분증권) 공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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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MBK가 제기한 가처분이 기각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면 MBK는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수를 차치하고,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어느 쪽에 치우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수책위는 기금위 산하에 있는 위원회다.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제5조를 보면 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수탁자 책임 활동(의결권 행사 포함)은 국민연금공단(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설치한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한다.
만약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경우 수책위에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한다.
또한 수책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서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주주권 행사 관련 사항을 결정한다.
수책위원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해 구성한 6명과 전문가단체에서 추천한 3명을 합친 숫자다.
이 9명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뉠 수 있지만 다수결 원칙으로 최종 의결권 행사방향을 정한다. 예컨대 5명 대 4명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도 5명이 찬성한 쪽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수책위 관계자는 “수책위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준은 ‘기금 수익 극대화’”라며 “각 위원들이 가입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서 종합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