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삼성 '변화보다 안정'..JY스타일 첫 인사
by이진철 기자
2015.12.01 20:00:02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점진적 세대교체 추진 나설 듯
물산, 내년초 조직개편 가능성.. 패션·상사부문 통합할 수도
[이데일리 이진철 성문재 기자] 삼성그룹이 올들어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도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성과가 있으면 보상이 따른다’는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거의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유임됐다는 점에서 변화보다는 조직안정을 우선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정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향후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사장 승진자 2명을 배출해 이 부회장의 신임을 사실상 확인했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이 유임된 가운데 정현호 인사지원팀장(부사장)과 성열우 법무팀장(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전략실은 기존 체제가 유지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오너 일가는 이서현 사장의 직책이 바뀌었을 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장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룹총괄의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비롯해 이부진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승진했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승진한 이후 오너 일가의 승진인사는 이번에도 없었다.
이는 부친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한 반감과 그룹의 사업재편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회장 승진자는 올해로 3년째 탄생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 사장단 규모는 52명으로 1명 줄었고 평균 연령은 53.7세에서 54.8세로 소폭 상승했다.
주요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은 대부분 유임됐지만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의 수장을 발탁해 승진시킨 것은 점진적인 세대교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005930)는 권오현 부회장이 종합기술원장직을 내려놓고,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도 겸직하고 있던 생활가전 및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줬다. 삼성 관계자는 “주력 사업부 리더를 교체해 제2 도약을 위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함”이라며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DS(부품), CE(소비자가전), IM(정보통신·모바일) 3개 사업부문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후속 임원인사에서는 다소 큰폭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병으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에서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이서현 패션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사업부문 통합 등과 같은 조직개편을 염두에 둔 조치로도 해석된다.
삼성물산은 내년 초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개 사업부문 중 패션부문과 상사부문이 통합하거나 아예 리조트·건설과 패션·상사 등 2개 부문으로 단순화하는 시나리오다. 이사회 의장인 최치훈 사장이 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김봉영 사장이 리조트·건설, 김신 사장이 패션·상사 부문을 이끄는 구도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