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21.02.04 17:17:30
8일부터 부평2공장 가동률 절반 수준 낮춰 운영
현대차·기아 "당장 생산차질 없게끔 준비해뒀다"
"1분기 전세계 車생산 67.2만대 감소" 전망
"국내도 정책지원, 차-전자 협업 등 종합대응 필요"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국내 완성차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국지엠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내주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낮추기로 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국내 완성차업체가 감산에 나선 것은 한국지엠이 처음이다.
한국지엠은 4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8일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낮춰, 현재의 절반 수준의 가동률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공급이 여전히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에 통합된 한국지엠의 구매 조직은 현재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부품업체들의 반도체 수급에 대한 방안을 찾고, GM과 한국지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품 수급에 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해당 공장에 대한 운영은 매주마다 상황을 살펴 차주의 생산계획을 확정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며 “회사는 해당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대로 부평2공장의 생산 손실을 최대한 회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평2공장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곳이다.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어 반도체 부족 영향을 먼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GM은 내주 일주일간 부평2공장을 포함해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 등 북미 지역 3개 공장 등 전 세계 4개 공장에서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을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4사는 아직까지 반도체 수급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대차·기아는 당장 한두달 간은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상황과 관련해 “자동차 업계 전체가 공급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기아는) 당장 생상차질이 없게끔 준비해뒀다”며 “지난해 반도체 공급 상황이 원활치 않은 것을 인지했고 10월부터 전체 품목에 대한 집중관리를 시작해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없게끔 준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미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가 3개월 이상 길어질 경우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생산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도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마즈다는 2~3월 자동차 생산량을 총 3만4000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닛산 역시 최근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공장에서 트럭 생산라인을 3일간 멈추며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포드는 시카고 SUV 공장을 기존 8시간 3교대 근무에서 이번 주부터 하루 8시간만 가동했다.
IHS마킷의 추산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예상보다 67만2000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스는 지금까지 자동차업계가 실제 감축한 규모는 56만4000대이며, 올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총 96만4000대라고 분석했다.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가 있는 대만 측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다. 대만 정부는 이번주 말께 미국 측과 화상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미시건주,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주요 자동차 생산기지에 속한 상원의원 15명은 최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관련 산업 생태계는 다소 미비하다”며 “정책지원과 완성차·반도체업계 협업 등을 통해 종합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