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매물로 나온 후오비…눈치싸움 들어간 원매자들

by김연지 기자
2022.08.16 19:38:53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 지분 60% 시장에
지분 과반 이상 매각 사례 드물어 ''인기''
유력 원매자는 FTX…국내 기업도 논의중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세계 10위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가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외 원매자들이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거래소의 지분 과반 이상이 통으로 시장에 나온 사례는 손에 꼽히는 만큼, 국내 거래소 사업에 관심이 있는 해외 기업들과 글로벌 확장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리린 후오비글로벌 창업자./ 사진=후오비글로벌 미디엄 갈무리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후오비글로벌의 창업자 리린이 60%에 달하는 지분 매각에 나섰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는 최대 4조 원 수준이다. 만일 해당 밸류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이번 인수·합병(M&A)은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딜로 거듭난다.

리린 창업자가 지분 매각에 시동을 건 것은 약 4개월 전부터다. 사안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리린은 2020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적인 경영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며 “후오비에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초부터 주식 양도를 염두에 두고 리더십 있는 주주와 컨택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소 지분 과반 이상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만큼, 국내외 기업들은 후오비 M&A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무엇보다 막대한 수수료 수익은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후오비의 일 평균 거래 대금은 약 1조 원 수준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매일 막대한 양의 거래가 이뤄지며 수수료가 쌓이는 구조로, 원매자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원매자들은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후오비와의 시너지도 그렇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밸류에이션을 쳐주느냐에 따라 딜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접근하는 모양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는 글로벌 상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꼽힌다. 일일 거래 대금이 2조 원에 달하는 FTX는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며 유동성 위기에 놓인 일부 가상자산 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회사는 지난 7월 가상자산 대출 업체 블록파이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FTX는 올해 초부터 빗썸을 비롯한 아시아권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논의를 진행해왔다. FTX가 우선순위로 둔 조건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량과 ▲터무니없이 높지 않은 밸류에이션이다. 적정 가격에 아시아권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대주주로 올라 아시아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후오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큰 상황이다. 콘텐츠와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가상자산과 대체불가토큰(NFT) 등 분야로 BM을 확장하려는 곳은 후오비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후오비글로벌의 첫 해외지사인 후오비코리아만 해도 지난해 메타버스 기술 역량을 높이 평가받고 한국토지신탁과 연을 맺었다”며 “국내발로 이뤄지는 논의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주주가 변경되면 후오비코리아 역시 국내 대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오비글로벌은 리린이 지난 2013년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국, 일본, 한국, 홍콩 등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설립 직후 세쿼이아 캐피탈뿐 아니라 세쿼이아차이나와 중국 업체 합작사인 젠펀드(Zhen Fund)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인가를 취득했고, 지난 5월에는 남미권 가상자산거래소 비텍스를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