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업계 “우린 이미 복비 반값…시장 원리 존중해야”

by김나리 기자
2021.08.17 18:11:06

국토부, 수수료율 인하 개편안 3가지 제시
6억원 이상 구간 요율·상한요율 동시에 낮춰
프롭테크 "가만둬도 자연스런 혁신 일어난다"
“수수료 개편보다 중개법인화가 더 시급” 의견도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윤곽이 드러난 정부의 중개보수 개편안을 놓고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개입이 자칫 시장에 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반값 복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기보다는 시장 원리를 존중해 자연스러운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중개법인의 의견을 더 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사진=국토연)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17일 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값 급등으로 중개보수 부담이 급증한다는 민원을 반영해 국토부에 중개보수 개편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중개보수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를 연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세 가지다. 거래 비중이 높아진 6억원 이상 구간 요율을 낮추고 현행 0.9%인 상한 요율을 0.7%로 낮추는 게 골자다. 소비자·공인중개사에게 각각 유리한 1·3안보다 중간에 있는 2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안은 매매 계약 시 2억~9억원은 0.4%,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요율 상한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안을 적용하면 9억원 아파트 중개보수는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줄어든다. 12억 아파트는 1080만원에서 720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인 다윈중개(다윈프로퍼티)의 김석환 대표는 “이미 시장에 다윈중개와 같은 반값 중개수수료 플랫폼 등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오히려 개편안 수준의 수수료가 합리적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중개사들은 오히려 개편안의 수수료율을 고정요율처럼 인식해 최고요율을 고정요율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개 수수료율은 시장내에서 자연스러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둬도 됐을 문제였다”며 “차라리 현재 중개사들의 고비용 구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사무소의 의무 설치 등과 같은 불합리한 법을 개정해 중개사들이 고정된 사무실이 없어도 자유롭게 중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중개사들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조정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다윈중개의 경우 현재 이미 정부 개편안보다 싼 값에 중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다윈중개에 따르면 9억원 아파트를 거래할 때 중개 보수료는 0.45% 요율을 적용한 405만원이다. 12억원 아파트 거래 시에는 540만원이다. 다윈중개 관계자는 “매도자 중개보수는 받지 않기 때문에 합산 총액은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중개법인의 의견을 더 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온라인 중개 스타트업인 ‘집토스’ 관계자는 “이미 필드에서 중개법인을 운영 중인 사업자들의 의견 청취가 부족해 아쉬웠다”며 “6억 이하 부동산 거래에 집중해 온 입장에서는 수도권, 고가 부동산 거래 위주의 중개수수료 개편안보다 중개법인화안에 사업자 의견을 반영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정 요율을 도입하면 분쟁의 소지가 줄겠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없어지게 된다”며 “IT 기술 발전으로 혁신적인 방안이 제시되면서 반값 수수료 서비스도 나오고 있는데 고정 요율이 나오면 이와 같은 서비스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선안은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안이겠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보내지 않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가급적 정부 안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