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판도 바꿀 큰 파도 온다"…닻 올린 K뱅크(상보)

by문승관 기자
2016.12.14 17:24:26

24년만에 새 은행 탄생…국내 1호 인터넷전문銀 인가
10분내 계좌개설…편의점 ATM서 24시간 은행 업무
낮아진 은행 문턱…더 싼 중금리 대출받을 수 있어

[이데일리 문승관 노희준 박기주 기자] 이르면 내년 1월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두지 않고 예·적금과 대출, 펀드판매 등 은행 서비스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제공하는 은행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K뱅크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K뱅크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말∼2월초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혁신과 차별화로 10년 후 자산 15조원 규모의 ‘넘버1’ 모바일 은행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됨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소비자로서는 예·적금 가입부터 차례대로 은행 서비스를 100%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24시간 365일 동안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중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더 낮은 연 7~8%대 중·저금리 대출 서비스 이용도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연내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 산업에 큰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과 고객 유치를 위한 한판 대결이 예상돼 금융권 전체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존 은행들은 위비뱅크(우리은행)나 써니뱅크(신한은행) 등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고 간편 송금이나 환전, 중금리 소액대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시장을 놓고 저축은행과 카드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서비스와 고객층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 인터넷전문은행의 여파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며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겹칠 수밖에 없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뱅크를 통하면 10%대 중금리 상품의 은행권 문턱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은행권은 금융권 거래 위주의 신용평가 방식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했지만 K뱅크는 KT와 KG이니스 등 통신과 결제 주주의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더 정교한 신용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김근식 K뱅크 리스크관리 본부장은 “중금리 대출은 중간 4~6등급에 고객이 많이 몰려 있다”며 “K뱅크는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의 방법으로 이 등급 안에서도 최대 10등급을 추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K뱅크는 7~8%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경우 중금리시장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설명이다.



K뱅크의 출범으로 해당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계좌개설 등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수수료 0%대의 직불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빅데이타 기반의 10% 중금리 대출도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K뱅크의 가장 큰 강점은 KT의 IT 기술력이다. K뱅크는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뱅크와 비교해 훨씬 편리하게 접근해 10분 안에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24시간 365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통신요금납부 기록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교한 신용평가로 보증보험 없이 중금리 대출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송금과 이체,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예·적금 가입, 대출 등 은행업 업무 전반을 차례대로 인터넷이나 모바일(휴대폰)로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주사인 GS리테일의 전국 1만500개 편의점에 있는 ATM을 일반 은행의 ATM처럼 이용해 송금, 인출 등을 할 수도 있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계좌 개설 시 즉시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스마트 ATM’을 몇 곳에 도입하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장밋빛 전망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로 제한한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ICT기업 주도로 혁신을 유발하겠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뒷받침이 빨리 정비돼야 한다”며 “(은행법 개정 등) 국회와의 논의와 설득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에 묶이면서 당장 증자도 어려워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본인가를 받아 서비스 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초기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하는 K뱅크는 내년에 4000억원대의 여신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2~3년 새 2000~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

심 사장은 “증자를 위해선 KT가 1대 주주가 돼서 은행을 이끌어가는 게 목표”라며 “증자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새로운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지 의문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칫 기존 일반은행의 인터넷뱅킹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회에서 은행법이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K뱅크는 결국 우리은행(10%)이 대주주가 돼 새로운 모바일 금융혁명을 이루기 어렵다”며 “그 정도 수준이라면 중국, 일본, 미국의 모바일 은행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