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신우 기자
2015.11.24 21:55:51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각하가 5시에 조깅을 하시니까 내가 4시반에 일어나야 했어. 일어나서 옷도 입고 세수 좀 하고 눈곱은 떼고 가야 하잖아. 그러니까 30분 전에 일어나야 해. 몽유병 환자처럼 벌떡 일어났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수(70) 전 청와대 수행실장은 24일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하던 당시를 회고했다. 고인의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다. 35년간 김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김 전 실장을 주변에서는 ‘비서실장’이라고 부른다.
김 전 대통령은 35년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기상해 뛰었다고 했다. “새벽 5시면 캄캄할 때인데 하루도 안빼먹고 뛰셨어. 누군가 조깅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러더라고”
김 전 실장은 울산시가 울산군과 통합돼 직할시로 승격될 당시 있었던 일화도 꺼내놨다.
“울산에 있는 하나뿐인 호텔에 머물렀을 때인데 (조깅하기 싫으니까) 꾀가 나잖아. 그래서 ‘총재님 밖에 비가 옵니다’라고 했어. 그랬는데도 총재가 ‘그래?’ 라고 하면서도 뛰려고 밖으로 나가셨어. 골탕을 많이 먹이셨지.”
김 전 실장은 “근데 지금 보면 그게 체력을 단련시켜 준거야. 각하 따라다니다 보면 저절로 건강해질 수밖에 없어”라고 했다.
이어 “각하가 대통령에 당선돼서 청와대로 들어가니까 청와대 직원들 신발이 다 조깅화로, 깨끗한 신상품으로 준비돼 있었지”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대통령이 검소함을 보여주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신발을 한 번 사면 다 떨어질 때까지 신고, 꽃도 장미가 아니라 오래 사는 달맞이꽃이나 금강초 이런 걸로 심으셨어. 음식도 칼국수를 즐겨 드셨지. 검소하게 사셨어”라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