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진정한 다자주의·공급망 안정 보장해야”…美주도체제 우회비판
by박태진 기자
2022.11.15 20:58:26
韓中, 3년 만에 대화에도 ‘칩4’ 의식…‘중국 배제말라’ 견제
尹, 일부 일정 취소…한중관계 중요성 부각
G20 첫 데뷔…“글로벌 연대·협력으로 위기 넘자”
‘식량·에너지 안보’ 세션서 보호주의 자제 역설
‘보건’ 세션에선 팬데믹 대응 국제공조 강조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발리=송주오 기자] 한중 정상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3년 만에 머리를 맞대며 양국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한미동맹을 기존 안보 기반에서 가치기반의 역내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안보로 확대한 반면, 중국과의 관계에는 다소 소홀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온 만큼 두 정상 간 만남은 이번 동남아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반도체 등 분야 대중국 디커플링(배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견제구를 날리기도 해 한중 관계 재정립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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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말에서 보듯이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윤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 일정 지연에 일부 일정을 건너뛴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과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공식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중 정상회담으로는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이후 3년 만이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이날 오전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두 정상의 정제된 모두발언 내용으로 미뤄볼 때 양국 실무진들 간 치밀한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정상은 한중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1992년 수교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음을 평가하고,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를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데도 공감했다.
또 시 주석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인 이른바 ‘칩4(한미일·대만)’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견제의 의미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진정한 다자주의’ 언급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체제 및 대중국 견제 전략을 비판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에 불참했으나,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천명한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은 미국의 인태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시 주석이 이를 견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를 맞아 과도한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연대와 협력을 꾀하자고 제안했다. 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등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조 및 보건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7차 G20 정상회의의 ‘식량·에너지 안보’ 세션에서 “글로벌 식량·에너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식량·에너지 분야 G20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시민의 자유, 그리고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함께하는 회복, 보다 강한 회복’(Recover Together, Recover Strong)이란 주제 아래 이날부터 이틀간 △식량·에너지 안보 △보건 △디지털 전환 3개 의제를 놓고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2008년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당시 제안한 ‘무역과 투자 장벽의 동결(standstill)’에 모든 회원국이 동참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식량·에너지 분야에서 과도한 보호주의를 자제하자. 글로벌 식량·에너지 가격 안정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수출·생산 조치가 없도록 회원국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량·에너지 분야의 ‘녹색 전환’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녹색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에너지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팬데믹 대응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보건 세션에서 “대한민국이 국제 보건 연대의 ‘촉진자’(facilitator)로서도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14.2% 증액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내용을 소개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팬데믹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G20이 팬데믹 예방과 대응을 위해 출범시킨 ‘팬데믹 펀드’가 잠재적인 팬데믹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