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日 양적완화 종료 시기…높아지는 시장 내 혼란 우려

by김형욱 기자
2017.04.03 16:52:57

10년물 국채 금리 조작 목표 상향 조정 시사 땐 통제 어려워져
닛케이 "BOJ, 금리 인상 시기 임박해도 시장에 쉬쉬할 가능성"

일본은행(BOJ)이 2006년 제로금리(양적완화) 종료를 결정할 당시의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BOJ가 이를 3월9일 시사하자 실제 금리를 올린 7월14일 이전에 이미 금리가 큰 폭 상승한 모습이다. /닛케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노믹스’로 일컫는 일본의 양적완화 종료 시기가 가까워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사전에 이 신호를 어떻게 보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BOJ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로, 장기금리인 10년물을 0% 전후(-0.1%~0.1%)로 유지함으로써 단·장기 채권의 금리 차이(수익률곡선·일드 커브)를 완만한 정상형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 완화 종료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 역시 이 같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시장은 머잖은 시일 내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사설에서 “BOJ는 물가목표 도달 때까지 기조 변화는 없다고 못 박고 있고 시장도 당장은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라면서도 “BOJ가 정작 양적완화 종료 직전 때도 시장 혼란을 줄인다며 신호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의심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을 선행하는 시장 움직임 특성상 양적완화 조짐이 보이기만 해도 10년물 등 장기 국채금리가 올라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BOJ가 막판까지 양적완화 종료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하면 당장에라도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보는 양적완화 종료의 신호는 적지 않다. 올들어 시작된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가격이 올랐고 엔화 약세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아직 목표치인 2% 물가상승은 어렵지만 올 연말이면 1%에 도달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BOJ는 그러나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로 양적완화 종료는 시기상조라고 역설하고 있다. 시장도 지난달 BOJ의 양적완화 유지 발표에 가까운 시일 내 종료는 없으리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BOJ가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가 되더라도 시장에 신호를 보내지 않으리란 우려다. 직전까지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양적완화를 종료하지 않겠다는 BOJ의 현재 발언 역시 믿을 수 없게 된다.

BOJ는 현 일본은행법이 시행된 1998년 이후 두 차례(2000년·2006년) 단기 금리를 ‘제로금리’로 했다가 종료한 바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정책 전환에 따른 시장 혼란을 줄이고자 수개월 전 양적완화 종료의 신호를 시장에 줬다. 당시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이 실제 결정되기 전 BOJ의 신호만으로 선제적으로 올랐으나 BOJ는 이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과 달리 단기 금리가 아니라 장기 금리 조작을 포함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단기 금리는 BOJ가 전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장기 금리는 현재도 -0.1~0.1% 사이라는 범위로 한정할 만큼 통제가 어렵다. 올들어 이 기준에서마저도 벗어난 바 있다.

닛케이는 “BOJ가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조작 목표를 상향한다는 신호를 주기만 해도 상승 압력은 BOJ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BOJ로선 이를 막으려면 ‘양적완화 종료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가속 페달을 밟은 채 브레이크를 또 밟는 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어 “BOJ가 머잖아 장기 금리 조작 목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시장의 혼란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앞선 두 차례의 양적완화 종료도 어려웠지만 이번엔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