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분할 전 살까? 기다릴까? …네이버·삼성전자 어땠나
by김재은 기자
2021.03.02 17:28:08
카카오, 1주→5주로 액면분할 결정
18년 액면분할한 삼성전자·네이버, 상당기간 주가 부진
카카오 PER 68배 넘어 역대 고점부근…증권가 여전히 `호평`
| 자료:에프앤가이드(네이버, 카카오 모두 2017년 1월 2일 수정주가를 100으로 놓고 상대적인 주가등락률을 비교)지난달 26일 종가기준 네이버 주가는 2017년초 대비 2.4배가량 상승했고, 카카오는 6.3배이상 상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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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코로나19이후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의 액면분할에 관심이 뜨겁다.
과연 액면분할 전에 사는 게 좋을 지, 액면분할 이후 사는 게 좋을 지 투자자들은 궁금하다.
사실 액면분할은 액면가를 나눠 유통주식수를 늘리는 조치로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만 유통주식수 확대와 1주당 가격이 싸보이는 효과가 있다.
과거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사례를 통해 액면분할을 앞둔 카카오 투자 전략을 알아보자. 카카오(035720)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3월 주가가 13만4000원까지 폭락했지만, 이후 우상향흐름을 보이면서 지난달 25일 5대 1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지난해 3월 19일 저점대비 공시전날 종가(2월 24일) 47만3500원은 253%(33만9500원)나 상승한 수치다.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카카오는 액면분할 공시 이후 사흘째 상승하며 이날 49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오는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안을 확정하고,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4월 15일 분할 신주를 상장한다.
현재 카카오를 10주 보유한 주주라면 액면분할 이후엔 50주를 보유한 주주가 된다. 주당 매입단가는 현재 매입가의 5분의 1수준으로 낮아진다.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공시이후 변경상장일까지 주가흐름은 어땠을까.
네이버(035420)의 경우 2018년 7월27일 5대 1 액면분할 공시 전날 주가는 75만1000원이었다. 이후 77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거래정지 전날엔 70만4000원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2018년 1월 31일 50대 1 액면분할 공시 전날 주가는 249만원이었지만, 이후 226만원까지 하락했다가 거래정지 전날에 265만원까지 올랐다.
액면분할 공시 이후 변경 신주상장전까지 흐름은 다소 달랐지만, 신주 상장이후 주가는 상당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은 통상 유통주식수 확대 목적으로 액면을 분할한다. 네이버의 경우 총발행주식수가 3296만주에서 1억6481만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보통주기준 1억2838만주에서 무려 64억1932만주로 늘어났고, 우선주도 1807만주에서 9억363만주로 증가했다. 늘어난 주식수 덕에 동학개미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었다.
카카오는 어떨까. 현재 발행주식총수는 8870만주이지만, 분할 후 4억4352만주로 증가한다. 단순주식수 기준 네이버에 비해 2.7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액면가는 100원으로 동일하다.
네이버는 2002년 상장이후 주가가 줄곧 오르면서 분할 전 수년간 거래량이 10만주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분할이후 거래량은 20만~190만주로 크게 늘어났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10월 12일 1주(액면가 500원)를 5주(액면가 100원)로 나누는 액면분할 신주를 상장했다. 명의개서 거래정지전인 10월 5일 주당 70만4000원에서 12일 기준가 14만1000원대비 0.71%(1000원) 상승한 14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 줄곧 우하향세를 그리며 하락했고, 10만원대를 위협받기도 했다.
네이버는 액면분할 상장 이후 10개월여만인 2019년 7월 26일에서야 종가기준 14만원대(14만1000원)를 회복했다. 이후엔 등락이 좀 있었지만 우상향세를 보이며 현재 37만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액면가 5000원을 100원으로 나누는 50대 1 액면분할을 결정, 5월 4일에 분할 신주가 상장됐다.
액면분할 거래정지 전인 4월 27일 종가는 265만원이었지만, 5월 4일엔 주당 5만3000원에 신주가 상장됐다. 분할상장 첫날 삼성전자는 2.08%(1100원) 하락한 5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6월 무렵 5만원대를 이탈하고, 연말엔 3만8000원대까지 추락했다.
2019년에도 4만원대를 오르내리다 19년말부터 5만원대로 올라섰다. 6만원을 돌파하며 오름세를 탈 것 같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4만2000원대까지 추락했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와 파운드리 기대감에 올해 초 9만원대마저 돌파하는 등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주가 등락률로만 비교하기엔 시장상황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삼성전자의 향후 12개월 이익대비 주가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로 분석해보자.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7743억원으로 3년전인 2018년(729억원)대비 10배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추정치 4560억원에 비해서도 70%나 증가한다. 네이버의 올해 예상영업이익은 1조4204억원으로 2018년(9425억원)대비 51%, 전년(1조2153억원)대비 17%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카카오의 현재 이익규모는 네이버의 절반수준이지만, PER은 카카오가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지난달 25일 액면분할 공시일 기준 카카오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67.75배에 달한다. 이는 2017년 이후 카카오의 PER밴드인 36배~73배의 상단에 위치한다.
동종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의 PER이 39.18배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네이버의 액면분할 전후 PER을 따져보면, 네이버는 2018년 7월 분할 결정 당시 PER 28배 수준에서 분할 상장 전 25배까지 하락했다가 2019년 2월 무렵에야 30배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PER은 2017년 초 10.7배에서 2018년 초 7.44배로 하락했고, 2018년 5월 분할상장된 당일엔 7.86배를 기록했다. 이후 줄곧 7배를 밑돌다가 2019년에서야 7배를 넘어 12~13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가 두 자릿수를 회복한 이후 지난해 연말부터 15배를 웃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삼성전자 PER은 15.58배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45조9383억원으로 전년(35조9939억원)대비 28%(9조9939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카카오 네이버 등 언택트 수혜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크다. 하지만 역사상 고점부근의 밸류에이션과 분할이후 일정부분 조정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섣부른 매수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 등 자회사 상장 모멘텀은 여전한 상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등 커머스 부문 가치를 별도 반영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상향한다”며 “쿠팡의 상장을 통한 거래액 대비 고멀티플 밸류에이션 평가는 네이버와 카카오 커머스 부문 가치가 재평가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 목표가를 각각 51만원, 66만원으로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비싸도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할 명품”이라며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63만원으로 올려잡았다. 김민정 연구원은 “올해 카카오 영업이익 증가율은 77.9%로 수익성 높은 광고와 커머스 고성장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예정”이라며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가파른 매출 성장세와 수익성 개선을 보이고 있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