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 와중 셀코리아…자금이탈 작년 북핵위기 수준, 왜?

by김정현 기자
2018.05.14 17:31:38

한반도 훈풍 와중 외국인자금이탈…전년대비 3兆 증발
글로벌 긴축 신호탄…신흥시장인 국내증시 매력 감소
MSCI 신흥국지수에 중국 편입도 겹쳐…3000억원 이탈
“북한 리스크 완화는 장기이슈…주식시장 반영 느려”

자료=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와중이어서 더 주목된다.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1년 전과 비교해 2조5932억원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14일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자금을 0원이라고 가정하고, 최근 1년간 외국인 자금의 순유출·입 금액을 누적 합산한 결과다.

이는 지난 9일과 10일(각각 2조7640억원, 2조8041억원 감소)을 제외하면 최근 1년중 최대 폭으로 유출된 것이다. 지난해 9월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을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1조9806억원 빠져나간 데 그쳤었다.

왜 이럴까. 먼저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은 저금리 당시 빌려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 조달이 힘들어 증시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처럼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금 유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터치한 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본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월30일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지난해 5월15일 대비 2조121억원 유입돼 있었다. 그런데 금리상승 공포가 일었던 2월 초부터 외국인 자금은 유출 전환됐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EM)에 중국 A주가 편입되는 것도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MSCI EM지수를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투자자금은 2000억달러(213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한국에 투자돼 있던 자금 중 3000억원가량이 중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A주란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내국인과 허가를 받은 해외투자자가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을 뜻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측에서 제시한 중국 A주 예비지수를 반영해 계산하면 국내증시에서 3000억원이 이탈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한반도 훈풍은 장기적인 이슈여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을 더디게 하고 있다. 양 리서치센터장은 “한반도 리스크 완화가 실질적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북미회담, 국제연합(UN) 제재 철회 등의 이슈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