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비극’에 정자법 개정 목소리… 가능할까

by김미영 기자
2018.07.25 17:48:53

노회찬, ‘원외’ 시절에 20대 총선 앞두고 드루킹서 받은 돈 ‘발목’
바른미래 “정치신인 후원금 모금 가능토록 법 개정 추진”
일각선 “범위와 기준, 복잡한 논의될 것”
“이참에 현역 후원금 한도도 상향”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20대 들어서 2016, 2017년 두 해 모두 한도에 넘치는 정치후원금을 모았다. 2016년엔 1억67763만원(한도1억5000만원), 2017년엔 3억4246만원(한도3억원)이었다. 후원계좌를 닫은 뒤에도 릴레이 후원금에 신용카드 결제 등이 뒤늦게 잡힌 까닭으로, 그는 자타공인 ‘모금왕’이었다.

하지만 20대 총선서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 그는 돈에 쩔쩔매는 다른 원외 정치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유서를 통해 밝힌, ‘드루킹’ 김동원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던 때도 20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2016년 3월이었다. 선거가 임박해오면서 그의 고교 동기인 도 모 변호사를 통해 드루킹이 내민 돈을 받았고, 결국 노 의원에겐 올가미가 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현역 의원은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배) 한도 안에서 상시적인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지만, 원외 정치인은 제약이 크다. 총선 120일 전부터 등록 가능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공천을 받은 후보자 신분이어야 1억5000만원 한도 내에서 모금할 수 있다.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 시행에 따른 변화다. 노 의원의 비극적인 사망 이후 제기되고 있는 정자법 개정 요구 목소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간 원외 정치인들 사이에선 하소연이 끊이질 않았다. 정치는 ‘돈 먹는 하마’인데, 쓸 돈이 부족하고 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20대 총선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지금도) 아무리 아껴도 한달 수백에서 천만 원 가까이 든다. 경조사비에 커피값, 밥값에 가끔 문자 메시지라도 보내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다른 직장생활하면서 돈을 벌면 지역관리가 힘드니 TV 패널 등으로 돈을 충당한다”고 했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차라리 총선 앞두고 맡는 게 낫지, 낙선하고나니 4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며 “당협위원장 관두고는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고도 했다.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긴 했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우선 바른미래당에선 정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치 활동에 돈이 필요함에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모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원외 정치인들이 은밀한 자금 수수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모금과 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전제로 정치신인들의 합법적 모금 등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자법 개선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온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오세훈법 이전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후원금 모금이 가능했지만 평소에 정치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검은 돈이 오간다는 비판 속에서 법이 바뀐 것”이라며 “후원금 문제만 고칠 것이냐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의원은 “현역과 원외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 맞다”면서도 “범위와 기준은 복잡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초선 의원은 “현역 의원들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쳐줄지 의문”이라며 “현행법도 현역 의원들에게만 유리하잖나”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참에 현역 의원의 후원금 모금한도 역시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애초 논의가 촉발된 초점에서 다소 벗어나 ‘현역 기득권 강화’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들의 경우도 선거가 없는 해에는 1억5000만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지만, 그 한도액이 2004년 이후 물가인상 또는 소득수준향상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1년에 1억5000만원을 후원금을 모으지 못하는 의원들도 꽤 있다. 선거 있는 해도 3억원을 다 채우긴 어려운 일”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현역들의 후원금 한도액 올리자는 건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