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차단의 3가지 논란..검열은 아니라는데

by김현아 기자
2019.02.14 17:43:21

①https차단, 검열은 아니다
②차단된 사이트, 방심위가 결정..과도한 심의 국가 한국
③유튜브에 있는 음란물은 통제 못해..풍선효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정부가 음란물·불법도박 등 불법정보를 ‘보안접속(https)’하는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를 차단하자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통제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정부 발표이후, ‘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했고 광화문 한복판에선 ‘야동 안 보는 자 내게 돌을 던져라’는 1인 시위까지 등장하는 등 논란이 뜨겁다.

https가 뭐길래 인터넷 검열 논란이 제기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①‘https 차단’은 검열인 패킷감청과 다르다.

하지만, ②정부의 차단기술 고도화가 결국 검열로 이어질 것이라든지,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오로지 정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판단하는 데 대한 우려는 있다.

또 ③정부가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면 정부가 어쩌지 못하는 유튜브로 해당 영상이 몰리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https 차단’에 쓰인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은 통화내용을 직접 듣는 패킷감청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의 사례를 들었다. 어린 아이들까지 음란통화에 빠져드는 걸 걱정한 왕은 전화번호부(DNS, Domain Name System)에서 음란전화업체인 A기업을 지우라고 했는데, 음란전화업체 A는 ‘https’라는 암호기술을 이용해 전화가 실제로 어디로 연결되는지 교환원이 모르게 감춰버리는 묘안을 낸다.

그래서 참다 못한 왕은 보다 진일보된 차단방식을 고민했고 이게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이다. 이는 ‘https란 기술을 쓸 때 암호화가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직전에 순간적으로 업체 A 이름이 드러난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노출된 A의 이름을 보고 교환원은 전화를 연결시킬 지 차단할지 결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SNI 방식은 통화 내용을 직접 듣는 패킷 감청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식으로 정부가 계속해 대응수위를 높여가면 언젠가 통화내용까지 감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음란통화를 걸러내거나 나를 검열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차단한 해외 인터넷 사이트는 895건으로 대부분 불법도박과 음란물이다. 그리고 차단 사이트 결정은 여야 추천 9명의 위원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5명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이 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라 음란물, 명예훼손, 불법도박 정보, 국가보안법 금지정보 등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업무를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https차단 논란과 별개로 방심위는 불법정보유통을 금지하는 법령에 따라 심의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란물의 경우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성기가 노출됐다고 해서 영화나 예술작품까지 차단하지 않는다. 최대한 대법원 판례에 맞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https차단으로 접근 통제된 사이트들
하지만 방심위가 인터넷이용자의 자유로운 콘텐츠 접근 권리를 제한한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불법정보에 해당되는 음란물의 수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는 결국 대법원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방심위는 한 해 평균 15만 건(출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이나 불법정보 접속차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성기 노출 포르노에 대한 차단 논란뿐 아니라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고, 웹툰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며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인터넷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논란은 정부가 유튜브를 접속차단하지 않는 이상, 유튜브에 올라 있는 전 세계 음란물 등 정부가 말하는 불법정보를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서버가 외국에 있는 구글 유튜브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도 구글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왕이 진일보된 음란전화 차단 방식(https 차단=SNI 차단방식)을 고안해 음란전화 업체 A사를 교환원(통신사)을 통해 차단해도, B사(유튜브)에 A사가 음란정보를 올리면 어쩔 수 없는 셈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성범죄 동영상 등 범죄 동영상은 즉각 차단하고 삭제하는 게 맞지만, 경계가 모호한 음란물 등까지 모두 지우라면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유튜브로 이용자들이 몰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터넷 실명제이후 국내 동영상 플랫폼은 어려워지고 유튜브는 잘됐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