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 박근혜…'총선 D-42' 보수통합 옥중서신
by조용석 기자
2020.03.04 19:39:04
4일 ‘친박’ 유영하 변호사 朴 옥중서신 발표
정치기반 TK 챙긴 朴…‘통합당으로 태극기도 뭉치라’
朴 메시지에 강성 태극기 세력도 ‘뭉치겠다’ 화답
총선 참전한 ‘선거의 여왕’ 朴…보수득실 ‘미지수’
“태극기 때문에 중도 떠날 것” vs "중도 더 뭉칠 것"
[이데일리 조용석 원다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수감 이후 첫 옥중 친필서신을 공개했다. 그간 자신의 탄핵을 놓고 격렬하게 대치해온 보수진영에 다툼을 멈추고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4·15총선을 불과 42일 앞두고 발표한 메시지인 만큼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실제 보수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유일한 소통창구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낭독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공식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탄핵 책임을 놓고 사분오열됐던 보수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입장을 내줄 것을 빗발치게 요구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3년 가까운 수감기간 동안 긴 침묵을 지켰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확진자가 수천명이나 되고 30여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 들었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TK)을 명확히 언급하며 아픔을 표현한 것은 TK가 자신의 최대 정치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이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의 관계 악화는 나라 미래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현 ‘문재인 정부’를 무능·위선·독선적이라고 힐난한 셈이다.
그간 자신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 가져올 수 있기에 침묵했다던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 태극기세력도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뚜렷하게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 삶이 고통 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불과 4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첫 옥중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총선에 참전했다”고 표현하며 명확히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전신)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압승을 이끄는 등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점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통령 서신 발표 후 보수정치권은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더 큰 보수통합을 예고했다. 김문수·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와 ‘친박 좌장’ 무소속 서청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통합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반겼다. 친박신당의 홍문종 대표는 뚜렷한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거대 야당과 같이 상의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라는 말씀”이라며 힘을 실었다.
다만 태극기 세력이 포함된 보수통합이 총선에서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보수통합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극우 보수’로 분류되는 태극기 세력이 합류할 경우 오히려 중도세력이 이탈해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도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이 찢어지는 등 (태극기 세력 내에도) 분열될 요소가 많다”며 “보수결집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총선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3년 가까이 감옥에 있는 것은 너무했다는 동정론이 있는 만큼 보수의 총선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유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 달라”는 옥중서신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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