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 차단, 과잉조치" 반발에도…방통위 "문제 없다" 정면돌파

by한광범 기자
2019.02.13 17:51:38

해외사이트 일부, 보안접속 통해 방심위 삭제요구도 무시
"대법 판례상 불법 음란물만 차단…합법 영상 차단 없다"
여당측 위원도 두둔 "기존 방식 한계…사회 요구 반영"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디지털성범죄영상· 불법도박·저작권 위반 콘텐츠가 담긴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 차단 고도화 조치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면돌파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12일 방통위는 불법 콘텐츠가 담긴 해외 인터넷사이트들이 국내 당국의 시정조치를 무시하고 보안접속(https)과 우회접속 방식을 이어가자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 차단’ 방식을 동원해 이들 사이트들을 차단했다. 방통위 조치가 내려지자 인터넷에선 남성들을 중심으로 패킷 감청과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방통위는 13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불법 인터넷사이트의 보안접속·우회접속 차단 조치의 적법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효성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차단 조치와 관련해 방통위 차원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요구했다.

방통위 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보안접속 차단이 패킷 감청이나 인터넷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적법절차를 거쳐 인터넷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하면 인터넷사업자가 이를 바탕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기술적 차단 과정에 정부 개입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인터넷사이트에서 불법도박, 디지털성범죄 영상,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유통될 경우 방심위 심의를 거쳐 삭제 요구를 받고, 삭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등의 여러 처벌을 받게 된다”며 “하지만 텀블러 등 해외사이트는 시정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방심위 심의를 통해 불법 정보를 이유로 삭제·차단 조치를 내린 23만건 중 18만건이 해외 사이트였다. 이중 70%인 12만건 이상이 보안접속(https) 사이트로 운영되어 완벽한 차단이 되지 않고 있었다.

방통위는 성 관련 인터넷사이트 접속 차단과 관련해서도 대법원 판례에 의해 불법 음란물이나 아동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만 해당한다며 합법적인 성 영상물은 차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차단한 해외 사이트 895건 중 86.7%인 776건이 불법 도박 사이트였다고 부연했다.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도 방통위 조치를 옹호하며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방통위 사무처에 당부했다.



고삼석 위원은 “기존 차단 방식으로는 불법 영상물 사이트에 대한 보안접속과 우회접속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법집행과 이용자 피해라는 문제가 있었다”며 “국회, 언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실효성 있는 차단 방법을 강구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의 허락 없는 감청은 불법이다. 감청에 대한 우려는 안 해도 된다”며 “SNI 필드 차단 방식은 설정 정보만 보는 것으로서 패킷 감청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허욱 위원도 “일반 이용자 입장에선 차단된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보이는 ‘블랙아웃’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언론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사용자 입장에서 갑자기 블랙아웃이 되면 바이러스 감염 등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접속에 대한 경고화면이 뜨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12일 불법 인터넷사이트 차단 고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https를 차단 반대’ 청원에 12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청원인은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조치에 대한 찬성 입장을 담은 청원도 나왔다. 청원인은 “정부에서는 https가 개인 검열에 사용되지 않고 단지 불법·유해사이트 차단에 사용된다는 것을 증빙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