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도 온다는데..미디어 법제 정비는 먼 길

by김현아 기자
2020.03.25 19:14:16

글로벌 OTT 공정경쟁은 방통위 행정명령 강화?
정윤식 교수, KBS와 MBC 공영방송 거대화 필요
노교수의 충언, 갈 길 먼 미디어 법제 정비의 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5일 오후 2시 30분 부터 2시간여 동안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2020 방송 미디어 법제도 포럼’이 열렸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이성엽 고려대 교수, 오른쪽은 이날 발제를 맡은 정윤식 강원대 교수다. 사진=김현아 기자


구글 유튜브가 온라인동영상(OTT) 시장뿐 아니라 검색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넷플릭스가 휴대폰 뿐 아니라 안방시장(IPTV)까지 차지한 가운데, 국내 미디어 산업이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혁신 서비스를 가속화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미디어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문화적인 규제를 받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수 십년된 방송법을 글로벌 OTT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2020 방송 미디어 법제도 포럼’ 역시 비슷한 취지로 준비됐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OTT 시대 한국 방송의 길을 묻다: 방송 법제 및 정책의 재편성’이 주제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매우 아쉬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에 계획했던 산·학·연· 전문가의 패널 토론이 취소된 점을 이해한다고 해도.

발제만으로 채워진 2시간 동안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유리해지는 국내 시장 환경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거대화 방향(통합)△KBS와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지원 강화(수신료 인상)△이를 위한 정보미디어과학부와 공영방송위원회 모델 제시 등을 언급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화두들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정 교수는 “구글은 방송과 광고뿐 아니라 금융까지 가져갈 것”이라며 “유튜브가 좋다고 그냥 두면 뭘 먹고 살 것인가.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새로운 (방송통신미디어 분야의) 컨트롤 문제로 봐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존플러스, 애플 등 글로벌 OTT가 앞으로 5개는 더 들어온다고 하더라”면서 “LG유플러스가 결합상품으로 넷플릭스를 하니까 SK텔레콤과 KT는 할 게 없다. (구글에 디지털세를 매기는)유럽을 보고 판을 갈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윤식 교수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서 보듯 국내 플랫폼은 뭉쳐야 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도 방송발전기금과 세금을 받아야 한다”면서 “유튜브에선 광고 규제를 하나도 안 하고 있다. 돈은 다 가져가는데 왜 안 하는 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누구는 인터넷이고 VOD이니 규제하지 말자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잠정 규제를 통해 규율한다. 우리는 (개정이 어려운) 방송법으로만 하려 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민이 세금으로 지원하는 공영방송의 거대화도 주장했다. 그는 “지상파들이 초고화질(UHD)방송을 돈이 없어서 제대로 못하는데 우리도 위성채널로 해서 통신사에 임대료를 주고 빌려주어야 하지 않나. 지상파들이 지금은 가상방송(VR)을 할 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KBS와 MBC를 공영방송으로 하되, 수신료 재원 이외에 BBC가 20%를 편성료(광고 등 수익)로 운영되듯 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의 발제는 오랜 기간 미디어의 공공성과 산업적 성장(혁신)을 고민해 온 노 교수의 충언이 담겨 있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임기 종료가 임박한, 20대 국회에서도 외국 미디어 회사들을 우리나라의 법제도 속으로 끌어들이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어느 것 하나 통과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FCC 같은 법 집행력 강화를 언급했지만,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국내 통신사와 망대가 분쟁 과정에서 이용자 이익을 저해한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도 1심 법원에서 패소했다.

현행 방송법의 공·민영 체계 정립을 위한 방통위의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방향은 MBC를 공영방송으로 둘지,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둘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MBC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나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 필요성은 2009년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 시절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나 1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정보미디어과학부 설립이냐, 방통위 중심의 위원회 구조 강화냐 역시 지루한 논쟁만 있을 뿐이다.

올해 상반기 중 발표될, ‘범부처(과기정통부·방통위·문화부 등) 디지털 미디어 발전 전략(가칭)’ 역시 이런 이슈를 풀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부처들의 이기주의와 지상파 방송만 공익적이라는 오해, 그리고 5G를 계기로 인터넷기반에서 벌어지는 미디어 혁신을 간과하기 때문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