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락 후 급등…중국 은행들도 “변동성 유의” 경고령
by이명철 기자
2026.02.03 17:40:32
국제 금융시장, 워시 후보자 지명 여파…금값 변동성↑
中 국유은행들 이례적 공지 “추격 매수·매도 자제하라”
中 금 투자 적극…“단기 조정 있겠지만 중장기 성장세”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목된 후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자 중국 내부에선 시장 위험에 대비하라며 이례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 |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의 한 귀금속 매장에서 고객이 금 장신구를 살피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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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농업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공상은행·중국우정저축은행 등 중국의 국유 은행들은 일제히 귀금속 시장의 가격 변동성 위험을 방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지를 발표했다.
중국공상은행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은 신중한 평가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맹목적으로 랠리를 쫓거나 하락장에서 매도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 단계적 분산과 적절한 균형 원칙을 고수해 투자 배치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농업은행은 같은날 공고를 통해 “최근 국내외 귀금속 시장 가격이 심하게 변동하고 불확실성 요인이 현저히 강화됐다”면서 “위험 감수 능력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재무 상태를 종합 고려해 합리적인 투자 심리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우정저축은행도 귀금속 시장 가격 변동이 심하다면서 고객에게 이성적으로 투자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며 시세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라고 공지했다. 중국은행은 귀금속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고객들에게 시장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의 국유 은행들이 일제히 금 투자 관련 경고를 날린 이유는 최근 금 가격의 극심한 변동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4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11.39% 폭락했다. 이후 이날은 6.49% 상승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워시 후보자의 지명 영향이 크다. 워시 후보자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강달러가 예상돼 상대적으로 금·은 같은 귀금속에 대한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속적으로 급 매입 규모를 늘렸고 개인도 금 투자를 선호하면서 금값을 올리는 데 기여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금 투자자들이 많아 국유 은행들이 나서서 급격한 쏠림 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이다.
우루무치은행의 수석 금 분석가 저우잉하오는 GT에 “최근 전 세계 금·은 가격의 극심한 변동은 주로 거시경제 기대의 갑작스러운 변화, 극단적인 투기 심리의 고조, 기술적으로 취약한 가격 구조 때문”이라면서 “금·은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해 매우 취약한 시장 구조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은 금 거래소의 위험 통제 강화가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중국 브로커업체 난화퓨처스의 샤잉잉 귀금속·에너지 연구그룹 책임은 디이차이징에 “금·은 가격이 급등한 후 국내외 환율은 거래 마진 비율을 높여 시장 열기를 식히기 위한 위험 통제 조치를 계속 강화했다”면서 “이는 가격 하락 과정에서 조기 이익 주문에서 롱(매수) 투자자들의 포지션 감축·청산을 유도해 금과 은 가격 하락을 더욱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하던 금 가격이 앞으로 다시 오를지 아니면 조정 국면에 접어들지 큰 관심사다.
중국 금융업계에선 워시 후보자 국회 청문회 등 과정에서 드러날 정책에 대한 견해와 미국 일시 업무 중단(셧다운) 진행 상황과 파급 효과, 다음주 발표 예정인 미국 비농업 데이터 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진루이선물의 우쯔제 귀금속 담당 연구원은 “2차 바닥 탐색과 반복적인 밀고 당기기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금·은 가격이 높은 변동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로 볼 때 금·은에 대한 지지는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GT는 전문가를 인용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증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과잉 유동성 등 금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변함이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국제금융문제 전문가 자오칭밍은 GT에 “귀금속 시장의 기술적 조정 이후 금·은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며 “다만 올해 초반의 상승률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