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바이든 亞정책 시험대…美中갈등 새 발화점 되나

by이준기 기자
2021.02.02 19:42:39

中왕이, 쿠데타 세력 1인자 흘라잉 보름전 만나…사전에 알았나
바이든 "적절 조치" 제재재개 시사했지만…미얀마·中 밀착 부담
제재 실효성 없다 관측 속…''민주주의 수호'' 시험대 오른 바이든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과 이번 쿠데타로 국가권력을 이양받은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최고사령관. 사진=펑파이
[이데일리 이준기 방성훈 기자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남몰래 미소 짓는 시진핑, 속 타는 조 바이든.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를 바라보는 미·중 최고 지도자 간에 명암이 엇갈린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관계설정이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미얀마 쿠데타가 신(新) 국제질서를 가를 주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 내 ‘동맹규합’을 통한 대중(對中) 압박, 더 나아가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국제사회 리더십 회복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과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려는 시진핑의 중국이 미얀마를 가운데 놓고 충돌할 수 있어서다.

과거부터 쭉 중국의 우군이었던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시 주석의 중국은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쥔 반면, 바이든의 미국은 인도·태평양 정책으로 불리는 대(對)아시아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 군부와 중국정부 간 밀착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5년 아웅산 수치 고문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세력이 집권하기 전부터 양측 간 관계는 매우 끈끈했다.

특히 쿠데타 불과 보름 전 쿠데타의 핵심 인물이자 권력을 거머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최고사령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난 건 의미심장하다. 선거에서 승리한 미얀마 내 민주세력과 완패한 군부가 마찰을 빚고 있던 시점엔 두 사람의 만난 사실을 두고 그 배경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왕 부장은 당시 “중국은 미얀마가 국가 주권과 민족의 존엄,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미얀마군이 국가의 전환 발전 과정에 응당한 영향을 발휘하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대만·홍콩·위구르 등의 문제에서 중국 측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중국이 암묵적으로 쿠데타를 부추기거나 측면 지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안정을 희망한다”(왕원빈 대변인)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비판한 것과 동떨어진 반응을 내놨다.

중국이 쿠데타를 주시하면서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한 발 떨어져 관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미얀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느긋한 중국과 달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규합에 나섰던 미국으로선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골칫거리다.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 간 연합을 추진 중인 바이든 행정부로선 중국과 친밀한 관계인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틀어쥔 게 달가울 리 없다.

벌써부터 미 언론들은 아시아 동맹국과 함께 대중 압박에 나서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초반부터 암초를 만났다며 이는 바이든 외교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배경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경쟁에 나선 워싱턴·베이징 간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쿠데타가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미국 역할을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쿠데타 세력을 향해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Appropriate Action), 즉 제재 등의 강경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미얀마를 압박할수록 미얀마 군부는 더욱 중국과 밀착할 게 분명하다.

설사 경제적 제재 등을 강행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얀마와의 경제 통로 구축 강화를 밀어 붙여왔다”며 “최근 양국 간 인프라, 무역, 에너지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크게 늘었으며, 양국 지도자는 이를 위한 수십 건의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썼다. 미얀마 무역의 3분의 1인 중국 몫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반면 “미국과 미얀마 간 교역 규모는 크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1~11월 미얀마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9억9700만달러로 카타르와 모로코에 이어 70위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