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26.04.21 16:49:17
집중투표제 도입 앞두고 이사 수 줄이고 임기 분산
이사보수 한도 부결 152개사…대법원 판결 후폭풍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266개사 보유·처분계획 상정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상법 개정 내용을 반영한 정관 변경 안건이 대거 상정되면서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개정 상법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역방향’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등 꼼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iM증권은 21일 12월 결산 상장회사 2478개사(유가 795개사, 코스닥 1683개사)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의안 상정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93개사(84.5%)가 정관을 변경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 선임(1954개사, 78.9%), 감사·감사위원 선임(1453개사, 58.6%),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272개사, 11.0%)이 뒤를 이었다.
올해 정관변경 안건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상법 개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1차 상법 개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추가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등을, 2차 개정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2명 이상으로의 확대가 추가됐다. 3차 개정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됐다.
이에 이번 정기주총 안건에서는 개별 안건으로 사외이사 명칭 변경(1836개사, 87.7%)이 가장 많았고, 독립이사 비율 상향(1477개사, 70.6%), 주주총회 소집지 및 개최방식 변경(1192개사, 57.0%), 이사충실의무 반영(1119개사, 53.5%), 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 인원 상향(664개사, 31.7%) 등이 뒤따랐다.
하지만 상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상당수 발견됐다. 오는 9월 적용 예정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앞서 일부 상장사들은 이사의 수 상한 축소 또는 신설, 이사 임기를 분산하기 위한 시차임기제 도입 등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한 후보에 몰아줄 수 있는데,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의 수가 많을수록 소액주주가 유리한 구조다. 이에 한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사의 상한을 줄이는 식으로 소수주주가 후보를 밀어넣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 외에도 효성중공업(298040), 효성티앤씨(298020)는 ‘그룹사 3년 이상 근무 경력 또는 재직이사 3분의 1 추천’을 이사 자격 요건으로 신설, 외부 이사 진입 장벽을 높이려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