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해외사이트 차단 강화에…일각 "과한 조치" 반발

by한광범 기자
2019.02.13 17:47:40

성범죄영상 사이트 보안접속·우회접속 차단 고도화
일부 "표현의 자유 침해"·"남성 권리 침해" 주장 제기
방통위 "피해자 존재…불법 정보만 차단" 정면돌파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해외 인터넷사이트 불법정보 차단 조치 강화안을 발표하자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반발을 일축하며 차단 강화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는 12일 불법 정보가 담긴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대해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 방식을 이용해 차단 강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 불법도박, 저작권 위반 정보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차단이 결정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다. 방심위가 통신사업자에게 차단이 결정된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보하면 통신사업자가 ‘서버 네임’을 확인해 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SNI 필드’ 방식을 꺼내 든 것은 불법정보 해외 인터넷사이트 차단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방심위는 국내 인터넷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불법 정보가 담긴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관련 정보 삭제를 요청하지만 이에 응하는 사이트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지난해 방심위로부터 삭제·차단 조치를 받은 해외 인터넷사이트 18만 곳 중 70% 이상이 방심위 결정을 무시하고 불법 정보를 버젓이 사이트에 그대로 노출했다. 정부는 차단 조치를 내렸지만 이들 사이트들은 보안접속(https)과 우회접속을 통해 이를 회피했다. 정부가 새로 꺼낸 ‘SNI 필드’ 방식은 서버 이름 자체로서 차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보안접속·우회접속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12일 현실화되자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표현의 자유의 침해’라는 주장부터 ‘패킷 감청이나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청원엔 13만명 넘게 참여했다.

청원인은 “목적에 동의하지만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에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에는 “야동(야한동영상) 사이트 차단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불법정보 유통으로 돈 버는 사람이 존재하고 반대편엔 피해자도 존재한다”며 “이런 불법유통 사업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뒤에 숨어버리면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차단되는 성 관련 사이트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불법 음란물이나 아동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만 해당한다”며 “합법적인 성 영상물은 차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