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시장에 경종 울린 금감원…손태승 회장 '위기'
by이승현 기자
2020.01.30 21:06:28
윤석헌 원장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 강조
제재심, '근거 미흡' 은행 반박에도 금감원 손 들어줘
금융위 공식통보 일정에 손 회장 연임여부 결정
우리銀, 효력정지신청 등 법적대응 여부 관심
[이데일리 이승현 김인경 기자]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말이 현실이 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최고경영진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회사의 대표이사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엄정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다만, 마지막 칼자루는 금융위원회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이 징계의 수위를 결정하지만,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은 금융위가 정례회의 이후이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위의 정례회의가 늦춰져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3월 우리금융 주주총회 이후에 중징계를 통보하게 될 경우 손 회장의 연임이 자동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입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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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국과 은행 측은 지난 16일과 22일 두차례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부통제 실효성 미비를 이유로 최고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금감원 검사국은 DLF 불완전판매는 은행 내부통제 부실 때문으로 최고경영진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두 은행과 손태승 회장 및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 측은 근거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시행령에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점을 들고 있다. DLF 판매담당 임원(부행장급)이 행위 책임자이며 최고경영자가 감독책임을 져야 한다게 금감원 검사국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측과의 법리 다툼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법리검토를 많이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은행들은 구체적인 징계 및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중징계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가 내부통제 의무소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제재토록 할 수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또 최고경영자가 DLF 상품 판매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제재심은 금감원 검사국의 손을 들어줬다. DLF 사태에 대한 은행들의 자체적인 피해보상과는 별도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도 묻겠다는 의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DLF 제재는 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은 이번 심의는 다수 소비자 피해발생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사안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LF와 라임 사태 등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비판 여론도 상당했기 때문에 감독당국으로선 최고경영자 제재의 필요성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징계 결정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경징계인 ‘주의’와 ‘주의적 경고’,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성된다. 임원은 중징계가 확정되면 남은 기간 임기 수행만 가능하고 연임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지만, 중징계 결정으로 큰 장애물이 생긴 것이다.
다만 향후 시나리오는 다소 복잡하다.
이번 제재심은 두 은행 최고경영자 개인 제재와 기관 제재를 함께 결정한다.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까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영진 개인과 기관에 대한 징계수위는 금융위 의결 이후 함께 공식 통보되고 그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될 예정인데, 금융위가 그전에 중징계를 통보하면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
통상 금감원 제재처분이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게 통보되는데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별로 그 기간은 다를 수 있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 결정은 결국 금융위 손에 달린 것이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에 중징계 처분 이의신청을 할 수 없지만 효력은 유지된다. 이 때문에 법원에 중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3월 주총까지 일단 중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손 회장 연임을 확정하고 금융당국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전면 불복해 사실상 전면전을 벌이는 셈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함 부회장도 금융위 의결을 거쳐 중징계가 확정되면 차기 하나금융 회장 도전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 함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