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마스크 착용은 '양날의 검'이라는 트럼프

by이준기 기자
2020.07.01 19:57:02

골드만 "의무화 땐 착용 비율 15%P 상승…확진자 증가세 1%P 낮춰"
현재 제2 락다운 우려 팽배…의무화 땐 "생명도, 경제도 구할 것"
트럼프 "마스크는 양날의 검"…정치 쟁점화에 의무화 불가능 전망

얼굴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마스크는 생명을 구한다. 그리고 경제도 구한다.”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사실상 현실화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해치우스는 30일(현지시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를 없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봉쇄의 여파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제가 사실상 정치 쟁점화한 가운데 나온 분석이다. 정치가 생명과 경제를 동시에 구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치우스 분석은 마스크 의무화와 코로나19 확산, 그리고 경제적 여파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물이다.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경우 착용 비율은 지금보다 15%포인트 높아진다. 이는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1.0%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다. 경제적 파급은 만만찮다. GDP 증가율(성장률)이 5%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치우스는 “우리의 분석은 마스크 의무화가 보건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가치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19 재유행발(發) 제2의 락다운(봉쇄·lockdown) 공포에 휩싸여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글로벌리서치 대표인 이선 해리스는 미 CNN방송에 “지난 3월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며 “미국의 약 3분의 1 지역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고 했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는 이날 의회 청문외에서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10만 명으로까지 늘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총 50개 주 중 17개 주에서 애초 계획했던 경제 재가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애리조나·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는 이미 술집 폐쇄를 포함한 경제 정상화 계획을 철회했다. 뉴저지의 경우 실내 식당 재개 방침을 철회했고, 뉴욕시도 곧 뒤따를 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하는 ‘V자’ 형태의 경기회복 가능성이 더욱 흐려지는 이유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콘스탄스 헌터는 “‘V자’ 회복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은 이날 청문회에서 “미 경제의 앞날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사람들이 광범위한 활동에 다시 참여해도 안전하다고 확실할 때까지는 완전한 회복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 사진=AFP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보급이 늦어지고 국민이 접종을 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미 투자은행 스티펠파이낸셜이 생명과학 업계 경영진 및 투자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약 98%의 응답자는 백신 개발을 낙관했으나 70% 이상의 응답자는 보급은 내년 말 또는 그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CNN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19 백신이 싼값에 대량으로 보급돼도 이를 맞겠다는 응답자는 6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33%는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변했었다.

이처럼 ‘경제도 살릴 것’이라는 마스크 의무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마스크 착용’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마스크 착용은 이미 ‘정치 정잼화’된지 오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을 ‘양날의 검’으로 비교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더 안면을 만지게 되는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되레 커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반면,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은 CBS 계열사인 KDKA-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해치우스는 “미국이 범(凡) 국가적인 안면 마스크 의무화를 과연 채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그건 불확실하다. 이미 마스크가 정치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기 때문”이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헌터는 “이미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를 빼앗긴 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한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이 나아가 더 빨리 자유를 찾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