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국당 대표 ‘월계관’ 쓴 황교안…앞길은 ‘험준’

by김미영 기자
2019.02.27 19:57:42

‘고물상의 아들’서 법무장관, 총리 이어 당대표까지
개천에서 난 용?… 비상 위해선 대표로 먼저 성공해야
“朴 넘고, 태극기와 거리둬야” “총선까지 버틸지도 회의적”
추경호 윤상직 정종섭 심오택 이태용 등 중용 여부 관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양=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7일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로 등극했다. ‘정치 신인’을 자처하며 입당한 지 40여일만에 단숨에 당의 1인자로 우뚝서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유리한 고지도 점령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말처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수혜자격인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지방선거 참패 후 만신창이가 돼 있는 당을 제대로 정비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일궈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황 신임 대표는 2.27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6.25 전쟁 때 월남한 ‘고물상의 아들’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가난한 고물상집 아들로 살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고위 관료를 거쳐 제1야당의 대표까지 오른 자신을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의 상징’이라고 했다. ‘개천에서 난 용’이라는 얘기다.

그가 비상을 노리는 ‘잠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던 그를 발탁해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올린 이가 박 전 대통령인 까닭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그가 이제 박 전 대통령이 없는 한국당에서 차기 대권까지 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당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을 넘어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홀로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대 내내 한국당에, 또 그에게 드리웠던 박 전 대통령의 짙은 그늘 아래선 수권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황 대표 스스로도 전대 과정에서 ‘박근혜리스크’를 수 차례 확인했다. 한쪽에선 박근혜 정부 내내 책임 있는 각료였던 그가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고,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온 유영하 대변인은 뜻밖의 ‘배박’(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 논란을 불지폈다.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향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 역할을 한 태블릿PC의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탄핵 부당성에 동조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사면서 과거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당대표로서 그에게 주어진 가장 주요한 과제도 ‘탄핵총리’가 아닌 ‘정치인 황교안’ 스스로의 리더십 발휘를 통한 당 정비, 장악이다.

인사는 첫 시험대다. 전대 과정에선 추경호·윤상직·정종섭·민경욱 의원 등 박근혜정부 때에 인연을 맺은 원내인사들, 심오택 전 총리비서실장과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 등 총리 시절 참모들이 캠프에서 그를 도왔다. 하지만 대표 비서실장, 당 대변인 등 당직인선에 있어선 ‘탕평’, ‘탈계파’, ‘탈측근’ 인사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캠프에서 뛰었던 한 관계자는 “관료 시절 친분이 있던 분들을 쓰기보다는 원내인사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캠프에 있던 분들의 뜻도 ‘여기까지 돕겠다’였다”고 전했다. 한국당 한 당직자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면 ‘끼리끼리’ 해먹는다고 당연히 불만이 터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대 과정에서 강조해온 보수통합을 위해서도 경쟁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위시한 당내 바른정당파 출신 의원들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단 지적이다.

전대에서 심화된 극우화 논란을 털어내는 것 역시 과제로 꼽힌다. 5.18 망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에 제소돼 있는 김진태, 김순례 의원 징계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짓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 민심 이반을 초래한 이른바 ‘태극기부대’와도 거리두기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 황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 역시 “태극기의 애국심만 끌어안고 가야지, 모두 끌어안고 갈 순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하고 당의 우경화를 막아내도 내년 총선 승리는 또 다른 과제다.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일천한 황 대표가 혹독한 정치무대에서 버티며 내년 총선을 이끌 수 있을지, 나아가 승전보도 울릴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캠프 관계자는 “공천권을 행사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지 확신이 없으니 대놓고 줄서기하는 현역 의원들이 적었던 게 아닌가”이라며 “황 대표는 본인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단 걸 아는데다 신중하고 진중한 스타일이라 서두르지 않으면서 정치력을 발휘해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