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에 상가건물 산 청와대 대변인…"시세차익? 글쎄"

by박민 기자
2019.03.28 19:01:33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매입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내 상가주택 건물. (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사전에 (개발 관련) 정보를 얻어 매매했거나 차익을 얻어 바로 되판 건 아니니 투기는 분명 아니죠. 투자용으로 샀다 해도 작년 하반기 집값이 한창 올랐을 때 고점에 샀으니 큰 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워요.”(흑석동 A공인 대표)

2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샀다는 재개발지역 상가주택이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을 찾았다. 이날 만난 A공인 대표는 김 대변인이 해당 지역 내 건물을 매입한 것을 놓고 촉발된 ‘투기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재개발 투자의 기본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대지지분이 작은 다세대 빌라를 사서 조합원 자격을 취득 한 뒤 이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라며 “50% 가까이 제 돈을 들여 산 김 대변인 같은 경우 투기 목적보다 실수요 측면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대출과 세제 등 전방위 규제책을 담은 9·13 대책이 나오기 두달 전 흑석뉴타운 내 2층 짜리 건물을 주고 산 사실이 이날 ‘2019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을 통해 드러나면서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김 대변인은 지난 2018년 7월 2일 흑석동 내 2층짜리 상가를 부부공동명의로 25억원을 주고 샀다. 이 건물이 속해 있는 흑석뉴타운 9구역은 2017년 11월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받은 상태로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조합 측은 한 차례 사업계획변경을 거쳐 올해 안에 관리계획처분 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목표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이주 및 철거, 조합원분 분양이 이뤄진다.

현재 김 대변인이 보유한 상가 건물 1층에는 갈비탕·냉면집, 치킨집이 2층에는 호프점이 들어서 있다. 이날 낮에 방문했을 때 치킨집과 호프점은 아직 영업 전이었다. 음식점 직원은 “치킨집과 2층 포차는 인근 중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녁 장사를 한다”며 “낮 장사보다는 주로 밤에 장사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용하던 동네가 오늘 아침 청와대 대변인이 건물을 샀다고 알려지면서 오전부터 계속 기자들이 찾아와 자꾸 이것 저것을 물어 곤혹스럽다”며 “왜 대변인은 서울의 많은 건물을 놔두고 여기에 집을 사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취재를 하다 만난 한 주민은 “(김 대변인 이슈에 대해) 공직자도 얼마든지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서민들은 대출도 어려워 집을 못 사는 형편인데 , 공직자가 거액의 돈을 주고 집을 샀다는 데 반감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집값 상승기에 공직자가 큰 돈을 주고 건물을 매입한 건 정서상 반감이 들지만, 당장의 물건 가치로만 보면 프리미엄이 높은 건 아니어서 투기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건물 매입가는 25억원이지만, 이는 고점일 때 시세인데다, 입지 등의 비례율을 따지면 권리가액은 20억원 중·후반 정도”라며 “김 대변인이 매입한 건물의 조합원 권리가액을 따졌을 때당장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리가액이란 향후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해당 건물 자산을 얼마로 평가하느냐 하는 것으로, 일종의 ‘조합원 자산의 보상가격’이다.

흑석뉴타운 9구역은 조합원 보상(신규 건물 분양 또는 현금청산)을 위한 감정평가를 마친 상태다. 감정평가는 현재 주변시세를 기준으로 한 종전 자산평가, 향후 가치에 대해 분석하는 종후자산평가로 각각 나눠 진행한 뒤 평균치를 낸다. 김 대변인이 보유한 건물은 그가 매입한 25억원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및 재개발 사업 관계자들 분석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25억 상가 매입 투기 논란‘에 대해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투기와는 선을 그었다. 그는 “앞으로 청와대 자리에서 물러나면 관사도 비워줘야 하는데 별다른 수익이 없는데다 팔순 노모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건물은 재개발이 완료가 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알고 있어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25억원에 달하는 상가 건물 매입 비용에 대해 “25억원에 제 전재산 14억원이 들어가 있고 나머지 11억원이 제 빚이다”라며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았고, 형제들과 처가의 처제들에게 모두 1억원 정도 빌려 장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상가건물을 매입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 일대 전경. (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