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압승' 정부여당, 독선 경계..협치 통해 민생풀어야

by이승현 기자
2018.06.14 17:58:27

국민 뜻 무시한 보수야당, 철저하게 심판
집권여당 대승..''자만하면 실패'' 우려나와
"야당 국정파트너로 인정..함께 가야"
"민생 문제 해결못하면 총선서 심판 받아"
文대통령 "자만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밝은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중국 고전 정관정요에서는 ‘군주는 배, 백성은 물’이라고 했다. ‘물(백성)은 배(권력)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우리는 보수야당의 참패를 보면서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배가 뒤짚어질 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경험했다. 국민들은 무능하고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을 일삼으며 반성할 줄 모르는 보수진영을 철저하게 심판했다.

반면 국민들은 집권여당에는 대승을 선사했다. 여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교육감뿐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기초의회 등 모든 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온 나라가 ‘파랗게 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 대승이 역설적으로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독선이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거머쥐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민생개혁 입법 처리가 불가능하다. 국회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중소기업·중소상인 생계형적합업종법, 미세먼지법, 미투법 등 민생입법과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입법 과제가 산적하다. 더욱 더 겸손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학 교수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서 함께 가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결국 이번 선거의 핵심은 민생 법안을 적극적으로 통과시켜 국정 운영을 잘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도 야당을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정부여당이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 입장에선 “정부여당에 이만큼 힘을 실어줬으니 민생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경제·교육·환경 문제 등이 지금까지는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야당심판론에 가려진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졌다”며 “전처럼 야당 때문에 못했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기회이자 동시에 책임도 막중하다. 지자체 운영에서 무능력함을 보이면 다음 총선에서 질타와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야당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여당 역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14일 발표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며 “지켜야 할 약속들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지만 국민만을 바라보며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