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방송 중단하자…"北도 소음 대신 노래 송출"

by유재희 기자
2025.06.11 22:53:2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정부가 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 역시 기존의 거센 소음 방송을 멈추고 대중음악 등 노래로 송출 방식을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인천 강화군에 따르면 송해면 등 주민들은 “북한에서 들려오던 쇠를 깎는 듯한 소음이 사라지고, 대신 노래가 들린다”며 “소음도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다”고 군 당국에 잇따라 제보했다.

강화군 송해면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지난해 7월부터 북한의 극심한 확성기 소음 방송에 시달려왔다. 당시 일부 마을 35가구에는 생활 소음 기준을 훨씬 웃도는 76~81데시벨의 소음 피해로 방음창이 설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며 “가축들까지 스트레스를 받아 생산량이 줄고,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송해면 주민들은 “북한 방송이 노래로 바뀌었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이전에는 집 외벽을 뚫고 소음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묻힐 정도로 조용해졌다”며 “직접 구입한 소음 측정기로도 잡히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공약하며 확성기 방송 중단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6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6년 만에 재개됐다. 이에 북한도 맞대응으로 남측을 향한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접경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 피해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앞서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 4월 국방부에 “주민뿐 아니라 가축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북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서와 주민 탄원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정부의 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북한 방송도 내용과 소음이 달라졌다는 주민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