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제츠, 미국과 '협력' 31번이나 언급…"레드라인 넘지 않아야"

by신정은 기자
2021.02.02 18:49:06

양제츠, 미중관계 전민위원회와 화상 대화
바이든 취임 후 첫 미중 관계 관련 발언
"미중 이견 통제하고 협력에 초점 맞추길"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앞에서 두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오른쪽줄 앞에서 세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외교 정책의 수장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이날 미중관계 전민위원회(NCUSCR) 화상으로 대화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 정치국원이 공개적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설은 중국 정부가 바이든 시대의 대미 정책과 미중관계 전망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취임 축전을 보내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가 공개한 전문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협력’이라는 단어를 31번이나 언급했다. 중국 관영 CGTN은 “양제츠가 워싱턴에 협력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양 정치국원은 “일주일 여전 바이든 정부가 정식 출범했다”며 “중미 관계가 현재 관건의 순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로운 정부는 양국의 민의와 역사에 흐름에 순응하고, 협력에 초점을 맞추며 이견을 통제하길 희망한다”면서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돌아가길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중국은 미국과 보다 긴밀하게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또 국가 안보 개념이 무역에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중간 협력을 제안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反中)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 정치국원은 “중미관계는 양국 수교 이후 전에 없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며 “미국의 일부 인사는 냉전적 사고를 갖고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일종의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잘못된 언행을 했다”며 “이는 중미간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고, 양국간 ‘디커플링’을 넘어 신냉전을 일으키려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라 불리는 이슈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간섭을 엄중히 경고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침범하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영토 보존과 주권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은 선거를 포함한 미국 내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이 제로섬 게임의 강대국간 경쟁의 구시대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 정치국원은 또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협력을 제안했다.

아울러 양국 군(軍), 사이버 안보, 마약 퇴치, 대테러, 빈곤 퇴치 등 영역에서도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양국 협력 관계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항상 환영한다”면서 “(미중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에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