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설화·판소리…한국적 소재 'K창작뮤지컬' 뜬다

by손의연 기자
2026.02.02 17:39:40

韓 감성 담은 뮤지컬 나란히 무대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몽유도원''
10주년 맞아 더 섬세해진 ''팬레터''
원작 재계약 통해 돌아오는 ''서편제''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한국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K창작뮤지컬’이 최근 무대를 사로잡고 있다.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뒤를 이어 이제는 한국적 감성의 창작뮤지컬이 ‘K뮤지컬’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뮤지컬 ‘몽유도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고(故) 최인호(1945~2013)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도미전’설화를 무대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도미와 아랑의 순수한 사랑과 이를 질투하는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을 그린다. 옛 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한국적인 색채가 두드러진 무대가 특징이다. 수묵화 특유의 번짐과 여백의 미를 살린 영상과 조명 연출을 적극 활용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도원경(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경지)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서양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 위에 한국 고유의 소리인 ‘정가’와 ‘구음’을 과감하게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몽유도원’은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최근 한국 시장에 수많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유입되고 있지만, 대형 창작 뮤지컬을 직접 제작하는 회사는 드물다”며 “결국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한국적인 소재”라고 강조했다. 오는 22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팬레터'의 한 장면. (사진=라이브)
뮤지컬 ‘팬레터’ 역시 역사적 소재를 끌어온 작품이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팩션(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 뮤지컬이다.



작품은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김해진의 뮤즈이자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의 이야기를 통해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다. 이번이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다섯 번째 시즌 공연.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한 세련된 무대 연출, 인물의 심리와 역학 관계를 표현한 섬세한 안무로 지난 공연과 차별점을 뒀다.

‘팬레터’는 대만과 중국, 일본에서 투어 공연과 라이선스 공연을 마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엔 영국 런던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였고, 영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뒤 , 3월 17일부터 6월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 '서편제'의 한 장면. (사진=페이지1)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잘 알려진 뮤지컬 ‘서편제’는 4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2022년 원작 계약 종료로 마지막 시즌 공연을 선보였던 작품이다. 제작사 페이지1 측은 “관객들의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며 재계약이 이뤄져 올해 공연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서편제’는 예술과 가족이라는 두 축 위에서 서사를 진행한다. ‘소리’를 주제로 한 만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음악이 두드러진다. 특히 2010년 초연 당시엔 해외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 중심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적 소재의 창작뮤지컬로 관객의 주목을 받으며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원작 재계약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만큼 이번 ‘서편제’는 한국적인 정서를 무대 위에서 더욱 강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서편제’ 공연 관계자는 “최근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국내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에서도 한국적 정서와 소재에 대한 수용 폭이 커졌다”며 “오랜 시간 축적된 작품의 무대 언어를 바탕으로, 2026년 시즌 역시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편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7월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