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임금제도 유연하게…개별 해고 법규 정비해야"

by김소연 기자
2020.10.07 19:43:34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 인터뷰
"허술하게 기술된 개별 해고 절차, 법적 정비 필요"
"새로운 시대 노동·근로형태 포괄 못해…법개선 해야"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노동법 개선, 근로시간제의 대폭적인 유연화와 임금 유연화부터 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논의를 거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은 탄력근로시간제”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공감대가 확대된 것이 근로시간제를 큰 폭으로 유연화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최 교수는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시간 제도는 경직돼 있어 기업들이 산업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며 근로시간제를 노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법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방식이 확산하면서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탄력근로제는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뤘다.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통과가 시급한 대표적인 법안이다.

이와 더불어 최 교수는 임금구조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임금 경직성을 대표하는 게 정부 부처·공공기관 등에 강하게 뿌리내린 연공서열식 호봉제”라며 “이 부분은 법 개정 외에도 정부 의지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고 제도도 이번 기회에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기업의 정리 해고를 유연하게 하자는 것은 실익이 없는 얘기고, 실제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개별 징계 해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20여 년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고, 절충안이 현 법안에 들어가 있다”며 “정리 해고와 관련된 것은 판례에 맡겨두어도 된다”고 했다.

근로자의 개별해고 요건 등은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일컬어지는 개별 해고를 지침을 통해 고치려 했으나 어설픈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업들의 해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이번 기회에 전문가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노동법에 허술하게 기술돼 있는 개별 해고 절차 규정을 정비해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정하고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노조나 근로자대표에게 해고 50일 전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기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한다면 포괄적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체계는 과거 굴뚝형 산업화시대에 맞춰 있다”며 “새롭게 확산하는 플랫폼 노동이나 아웃소싱을 통해 발생하는 노무, 다양한 근로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노동시장·환경을 규율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국회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노동 개혁이 이번 정부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노동계에 보상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은 노동계에 주는 선물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친노동 진보 정부에서 노동계의 타협을 이끌어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문 정부는 기대했을 것이다. 노동계를 협력적 파트너로 끌어들여 어려운 시기를 타개하려 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노동계에 끊임없이 선물만 퍼준 셈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인 하르츠식 개혁(임금 삭감과 고용보장 합의)은 어려울 것이다. 경제개혁과 노동 개혁이 함께 가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제안은 당연하다. 국회에서 이를 성사시킬지는 살펴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