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가는 한진亂]"주총 결과 승복하고 힘모아 위기 넘어야"

by송승현 기자
2020.03.25 18:11:02

3자연합, 경영권 장기전 시사…"어려움 가중될 것"
"항공업은 전대미문의 위기..경영권 분쟁할 때 아냐"
"조원태, 3자연합에 우호적 시그널 보여줄 필요 있어"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고사 직전에 놓인 가운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인천공항 여객 수는 출발 1800명, 도착 7516명으로 총 9316명에 그쳤다. 인천공항의 일일 여객 수가 1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공항이 문을 연 2001년 이래 처음이다.

여객 수가 줄어들자 항공기도 비행을 멈췄다. 이날 인천공항 항공편 수는 출발 45대, 도착 47대로 모두 92대에 그쳐 처음으로 100대 미만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일일 국제선 운항편수 역시 지난해 3월 중순 269편에서 올해 3월엔 44편으로 급감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가 상반기 내로 확산세가 멈출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올해 내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290여개 항공사가 가입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여객수요가 전년 대비 38% 감소해 매출액이 2520억달러(약 312조원)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심화하면서 이달 초 감소 매출액을 1130억달러(약 133조원) 규모라고 분석한 지 3주 만에 2배 이상으로 높게 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회복세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때 ‘V’자 회복한 것과 달리 ‘U’자 회복으로 항공업계 침체가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때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시사한 것은 대한항공을 더욱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는 외환위기(IMF 사태),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것으로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지금은 항공업계 자체가 활로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가장 큰 국적사인 대한항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서로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CGI가 한진그룹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을 생각한다면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 이후 있을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위기 타개를 위해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견제가 심해지면 주주들이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견제는 때와 시기가 중요하고, 오히려 적대적 경영권 분쟁이 (경영정상화의)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빈번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3자연합의 요구 가운데 필요한 부분은 받아들이는 포용적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한진그룹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한다고 발표한 것은 KCGI의 요구를 받아들인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며 “다가올 주주총회 이후에도 조 회장이 3자연합을 향한 우호적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