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황금노선 올라탄 '제주항공·이스타·티웨이'

by이소현 기자
2019.05.02 20:01:50

인천~베이징 제주·티웨이 배분
인천~상하이 이스타항공 몫으로
9개 노선 신설, 14개 독점 해소
LCC가세로 '반값 항공권' 기대감

[이데일리 이소현 경계영기자] 넓어진 한중 하늘 길의 최종 승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였다. 1995년부터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독과점해 온 중국 노선이 25년 만에 LCC에 대거 열렸다. 배분된 중국 여객 노선 38개 중 30개(79%), 운항횟수 139회 중 118회(85%)는 모두 LCC 몫이었다.

특히 ‘황금 노선’으로 꼽혔던 인천발(發) 베이징 노선은 제주항공(089590)과 티웨이항공(091810)이, 상하이 노선은 이스타항공이 쥐게 되면서 다른 LCC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으로 제주항공은 국적 LCC 1위로 다른 LCC와 ‘초격차’를 벌리게 됐다. 지난 싱가포르와 몽골 운수권 배분에서 고배를 마셨던 티웨이항공은 제주항공과 함께 최다 노선과 운항 횟수(9노선, 주35회)를 확보하며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보잉 787맥스 기종 운항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이스타항공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은 LCC에 집중됐지만,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중국 노선 확장에 성공해 몸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과 ‘통매각’이 유력시되는 에어부산(298690)은 이번 중국 신규 노선을 받으면서 인천발 국제선 시대를 열게 됐으며, 에어서울은 처음으로 중국 노선에 취항하게 되면서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일 중국 운수권을 배분하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지난 3월15일 한·중 항공회담에서 증대한 운수권 주 70회와 정부 보유 운수권 주 104회를 국적항공사를 대상으로 34개 노선을 배분했다고 밝혔다.

한·중 간 우리 국적사의 여객노선 수는 종전 57개에서 66개로, 운항 횟수는 주당 449회에서 588회로 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운수권을 LCC 위주로 배분해 중국 노선에서 LCC 비중을 종전 10.5%에서 28.1%까지 끌어올렸다는 대목이다.

인천~베이징 간 새로 늘어난 운수권 주 14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 주 4회, 주 3회씩 배분됐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 주 4회, 주 3회씩 신규 취항(다싱 신공항)한다. 인천~상하이 노선에는 이스타항공이 새로 주 7회 취항할 예정이다.

현재 독점 운항하는 44개 노선 가운데 △인천발(發) 선양·정저우·난징·항저우·하얼빈·청두·우한 △제주발 베이징·상하이·시안 △대구발 베이징 △부산발 장가계·옌지 △청주발 옌지 등 14개 노선에 LCC를 중심으로 신규 취항한다.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운임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장가계 대한항공·에어서울 △인천~난퉁 제주항공 △인천~닝보 에어부산 △청주~장가계 이스타 △무안~장가계 제주항공 △대구~장가계 티웨이 △무안~옌지 제주항공 △대구~옌지 티웨이 등 9개 노선이 새로 개설돼 중국 여행이 편리해졌다.



부산발 장가계·옌지·상하이, 청주발 옌지·하얼빈, 대구발 베이징·상하이, 제주발 베이징·상하이·시안 등 지방발 노선은 24개 노선, 주당 108회 운항했지만 청주발 장가계, 무안발 장가계·옌지, 대구발 장가계·옌지 등이 추가되면서 29개 노선, 주당 170회 운항으로 크게 확충될 방침이다.

이번에 운수권을 받은 항공사는 항공당국의 허가와 지상조업 계약 등 운항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서너 달 안에 취항을 시작할 수 있다.

어명소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이 그동안 한·중국 간 증가하고 있는 관광 및 비즈니스 분야 항공교통 수요를 뒷받침하고, 지방공항 및 중국인 방한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운수권 신규 배분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과거 중국은 자국의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서 한중노선 운수권 확대에 보수적이었다.

이번 한중 노선 운수권 배분은 풀서비스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거의 독점해왔던 중국노선에 LCC에게 빗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하늘길이 확대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에 LCC 업계는 노선 확보에 사활을 걸고 각 사 대표가 직접 PT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항공업계는 중국을 오가는 항공사의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당장 올여름 휴가철 중국행 성수기 항공권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LCC들은 중국 노선에 신규 취항하게 되면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쓰면서 마케팅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형항공사가 운항하던 중국 주요 노선에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가 복수 취항하게돼 소비자가 현재보다 낮은 가격으로 편하게 중국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무안 등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 노선이 크게 증가해 지방공항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적항공사 중 유일하게 진에어는 이번 한중 노선 운수권 배분에 참여하지 못했다. 진에어는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 논란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 제재를 받고 있다. 앞서 열린 인천~울란바토르, 부산~싱가포르 신규 노선 운수권 배분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