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투기급’ 재무지표에 조달 전략 차질 우려

by이건엄 기자
2026.02.02 17:32:03

[크레딧 체크포인트]
HD현대오일뱅크, 오는 3일 1500억 회사채 수요예측
배당 감축 등 차입 대응 나섰지만 업황 둔화에 효과 미미
지난해 3분기 말 차입금 9조2174억…의존도는 46%
현금창출 줄고 빚 늘고…부채비율은 ‘BB’급까지 추락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차입금 규모를 줄이지 못하면서 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입된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차입구조도 장기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재무구조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가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일부 재무지표가 현재 신용등급보다 낮은 등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향후 자금 조달과 재무전략 수립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HD현대오일뱅크 GRC주유소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3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만기별로 보면 3년물 900억원, 5년물 600억원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의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다소 과중하다고 보고 있다. 시설투자 감축과 차입구조 장기화에 나서는 등 개선 노력이 이어졌지만 업황 불황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시설투자(CAPEX)와 배당금 지급 감축, 매입채무 지급기일 연장, 구매전용카드 및 당좌수표결제 유동화(미지급금) 등을 통해 차입금 부담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9조2174억원으로 전년 말 9조190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8조7472억원으로 같은 기간 8조6074억원 대비 1.6% 증가했다.

이처럼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관련 지표도 적정 수준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45.9%로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부채비율도 226.8%로 적정 수준인 200%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현금창출력과 현금흐름은 업황 둔화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은 지난해 3분기 19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여기에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8069억원에서 7630억원으로 5.4% 감소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총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은 8.7배, EBITDA 대비 이자비용 배율은 2.3배로, 재무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주요 재무지표 중 상당수가 현재 신용등급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향후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향후 자금 조달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정유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 대비 EBITDA, EBITDA 대비 금융비용, 차입금의존도 등을 현재 신용등급인 AA-보다 1~2단계 낮은 A~BBB급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영업이익 대비 영업자산, 순차입금 대비 EBITDA, 조정차입금의존도, 부채비율 등을 각각 A, BBB, BBB, BB 등급 수준으로 산정하며 재무 부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BB급의 경우 투기급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HD현대오일뱅크가 윤활기유 설비와 LNG발전소, 친환경 사업을 위한 투자지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입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황 개선 여부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오일뱅크는 4분기 실적이 개선된 만큼 향후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제 마진 개선 등으로 3분기 1912억, 4분기 4930억으로 총 연간 4740억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재무구조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