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역성장…韓 경제 성장동력 제조업이 식어간다

by김상윤 기자
2019.04.25 19:59:51

반도체 수출 감소→설비투자 부진→GDP 역성장 이어져
"추경 통한 경기부양 한계…주력산업 경쟁력 강화해야"

한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김정현 기자]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제조업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경기 악화에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하다. 특히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로 기록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GDP 전기대비 성장률 -0.3%는 2017년 4분기(-0.2%) 이후 5개분기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자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1개분기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0.2~0.3%는 증가할 것이란 예측치를 웃도는 부진에 시장은 이를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액의 4분의 1을 맡던 반도체는 국제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하락에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이상 부진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전년보다 8.3% 줄어든 데 이어 이어 1월(-23.3%), 2월(-24.8%), 3월(-16.6%)에도 마이너스 성장했다. 4월에도 2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24.7% 줄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도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줄었고 5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문제는 예상보다 나쁘다는 반도체 경기가 그 예상보다도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 회복하며 수출 상승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책 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이 평균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감소율(16.9%)보다는 나아지겠지만 플러스 전환은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제공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수출 부진은 자연스레 국내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IMF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분기 설비투자 감소가 GDP를 0.9%포인트(p) 끌어내리면서 전체 GDP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본격화한 지난해 말부터 자본재 수입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본재 수입은 11월(전년동기대비 -12.2%) 12월(-2.8%) 1월(-21.3%) 2월(-36.0%) 3월(-24.3%)로 5개월재 마이너스 행진이다. 자본재 수입 감소는 곧 설비투자 감소다.

정부는 지난 24일 6조7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및 선제 경기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하는 등 재정 투입을 통한 2분기 이후 GDP 성장률 회복을 꾀하고 있다. 실제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 정부의 재정 투입이 줄어든 것도 이번 마이너스 성장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경제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심각한 실물경제 위기”라며 “정부가 전날 추경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현 경기하강 속도 상황에 대처하기는 부족한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할 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업 재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노동비용 인상이 국내 소비여건 개선보다는 수출 가격경쟁력을 약화한 게 확인됐다”며 “기록적인 수출·투자 감소와 소비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소득주도성장의 궤도수정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 차량들.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