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들인 렉라자·렉키로나, 정작 주가는 ‘시무룩’...왜?

by송영두 기자
2021.02.24 18:00:36

신약개발 기업 허가 전후 한달 주가 평균 12.6% 감소
과한 기대감에 허가 전 상승, 허가 후 하락 사례 반복
글로벌 실적 없고, 투자자 리스크 대비 선제 매도 영향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상황은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을 들여 국산 신약을 개발한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약 품목허가 전후 일정기간 증가세를 보이던 주가가 최근들어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산신약 개발 기업 허가 전후 주가 추이.(자료=한국거래소, 이데일리 재구성)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국산 신약을 배출한 기업들의 주가가 품목허가 승인 한 달 전후로 평균 1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기간 국산 신약을 배출한 5개 기업(셀트리온(068270), 유한양행(000100), HK이노엔,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일동제약(249420)) 중 상장 전인 HK이노엔을 제외한 4개 기업 주가 변화 평균 수치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이자 국산 32호 신약 ‘렉키로나’를 배출한 셀트리온은 허가 한 달 전 35만4000원이던 주가가 허가 20일 후인 24일 종가 기준 28만2000원으로 20.3% 감소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를 개발한 유한양행도 같은 기간 주가가 7만2300원에서 6만4800원(-10.4%)으로 하락했다.

2018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은 18만100원에서 11만5500원으로 주가가 무려 35.9% 곤두박질쳤다. 일동제약도 같은 해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지만, 주가는 2만2900원에서 2만1950원(-4.2%)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신약을 개발해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128940), 동아에스티(170900), 동화약품(000020),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젬백스(082270), 일양약품(007570) 주가는 품목허가 후에도 상승했다. 이들 기업 주가는 품목허가 전후 한 달 동안 평균 20.7% 증가했다.

특히 10개 기업 주가는 대부분 신약 허가가 임박할수록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동제약, 젬백스, 일양약품은 허가를 3~7일 앞둔 시점에 최고가를 기록했고,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는 15일,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 한미약품, 동화약품 등은 허가 20~30일 전에 최고가를 찍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사진=셀트리온)
◇과한 기대감 조성·시장성 부족이 문제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허가 전 해당 기업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다 허가 후 하락하는 사태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 안타까워하면서도 과한 기대감 조성을 문제로 꼽았다.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 주가가 신약 허가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신약 출시 전부터 과도한 기대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과한 기대감은 기업이 유도하는 경우가 있고, 증권사 리포트 등 여러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약 출시되면 기존 약을 전부 다 대처하고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신약 효과가 조금 뛰어나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도입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시장이 즉각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국산 신약이 글로벌 무대에서 임상을 하고 인상적인 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국산 신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개인·기관들 리스크 대비 선제적 매도가 영향

불확실성을 이유로 매도 시기를 선제적으로 잡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의 경우 세계 최초 골관절염 치료제로 2017년 허가받았지만, 2019년 주요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져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허가 당시 14만7200원이던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폭락해 24일 종가 기준 1만9000원에 불과하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요즘에는 투자자들이 아예 허가 시점을 매도 시기로 잡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허가 시점을 고점으로 인식해 환매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아무래도 신약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 리스크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발 먼저 움직이는 게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