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글로벌 헤드램프 기업 `ZKW` 1조대 인수..전장 사업 박차(종합)

by양희동 기자
2018.04.26 17:14:00

LG전자와 (주)LG가 70대 30 비율로 인수 성사
30조 규모 자동차 조명사업 신성장동력 육성
VC사업본부 2020년엔 최대 10조원 매출 목표

LG그룹이 1조 4400억원에 인수한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제조사 ‘ZKW’의 직원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LG(003550)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분야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원대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LG전자(066570)는 26일 이사회를 거쳐 오스트리아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 지분 70%를 7억 7000만 유로(1조 10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도 이 회사 지분 30%를 3억 3000만 유로(한화 약 4332억 원)에 인수해 전체 금액은 1조 4440억원에 달한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ZKW 인수를 통해 LG전자는 자동차 전장 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동차용 조명 사업’을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조명 시장은 지난해 245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에서 2020년 290억 달러(약 3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헤드램프 시장 규모는 2020년 207억 달러(약 24조 원)로 전체 자동차용 조명 시장의 70% 이상, 202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ZKW는 자동차용 핵심 조명 부품인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고휘도 LED(발광다이오드)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 등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BMW와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유럽의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에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 ‘톱 5(Top 5)’에 꼽히는 업계 선도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2억 6000만 유로(1조 6500억 원)이며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에서 “ZKW 인수는 LG전자가 70%, 지주사인 LG가 30%를 투자해 그룹 전체에서 자동차 부품사업 강화 및 시너지 측면이 크다”며 “헤드램프가 야간자율주행에서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와 결합되면 큰 사업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ZKW 인수로 자동차 부품 사업 중 ‘자동차용 조명 사업’이라는 성장동력을 대폭 강화, 글로벌 자동차 부품 ‘티어1(Tier 1)’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혀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인포테인먼트 기기 △전기차 솔루션 △안전 및 편의장치 등 3개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리어램프 중심이었던 VC사업본부의 자동차용 조명 사업을 ZKW 인수를 통해 헤드램프를 포함한 전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2020년 기준 최대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VC사업본부와 ZKW의 회계 연결은 올해 4분기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경렬 VC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ZKW가 올해 결산 시점부터 VC사업본부 실적에 포함되면 5조~6조원 외형이 될 것”이라며 “2020년 기준으로는 8조~9조원 이상, 글로벌 업계 30위권으로 도약해 전체 규모로 10조원까지 목표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최근 문을 연 융복합 연구개발단지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와 연계해 자율주행 분야 차세대 제품 개발 등 글로벌 자동차용 조명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양사 간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조명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 카메라를 비롯한 센서 및 차량용 통신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정보나 경고를 고해상도로 노면에 표시해 주는 인텔리전트 라이팅 솔루션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프리미엄 완성차 및 제품군에 집중되어 있는 ZKW의 헤드램프 사업을 LG전자의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완성차 업계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ZKW의 현재 경영진도 그대로 일하게 되며 오스트리아 현지 직원들의 고용도 최소 5년 간 유지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인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LG전자의 앞선 IT기술과 ZKW의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술을 결합해 자동차용 라이팅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LG전자가 인수하는 ZKW 본사 사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