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번엔 버닝썬 회계장부 `정조준`…탈세·유착 열쇠될 듯

by박기주 기자
2019.03.28 18:06:34

경찰, 버닝썬 회계장부 집중 수사
경리실장 행방 찾기에 주력
승리 등 연예인 불법 촬영물 유포 행위 추가 발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 앞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이 마약 범죄와 불법촬영물 등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버닝썬 클럽의 회계 장부를 정조준했다. 회계장부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고, 탈세뿐만 아니라 결국 경찰을 비롯한 유착 의혹 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가수 승리를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현재 구속된 정준영은 검찰로 송치하기로 하는 등 연예인 관련 수사도 다소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을 비롯한 유착 의심을 받고 있는 경찰관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버닝썬 회계 장부에 의심스러운 자금흐름이 발견돼 내사 중”이라며 “관련 수사 자료는 광역수사대에서 지능범죄수사대로 이첩해서 검토하고 있고 관련 계좌와 거래내역을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버닝썬의 회계를 수사하기 위해 버닝썬 경리실장의 행방을 찾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후 퇴사해 미국에 머물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장부 작성을 도맡았던 만큼 버닝썬의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버닝썬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전원산업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해외투자자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버닝썬 지분은 전원산업(르메르디앙호텔)이 42%, 유리홀딩스가 20%, 대만인 린사모 20%, 버닝썬 공동대표 이문호씨와 이성현씨가 각각 10%와 8%를 보유하고 있다.

경찰은 회계장부의 흐름을 통해 일부 자금이 경찰이나 관련 공무원 등에게 흘러갔을 정황도 함께 살펴볼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버닝썬의 장부상으로 공권력 유착·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유착의혹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남의 대형 클럽인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씨와 명의상 사장 임모씨 역시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어 탈세 등 회계와 관련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후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연예인의 불법 촬영물 유포 의혹에 대해서도 속속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버닝썬의 임원이었던 승리에게는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가 추가됐다. 성매매 알선 등으로 입건된 승리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승리를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승리가 대화방에 한 차례 사진을 올린 것이 확인됐고 그에게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통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승리가 공유한 불법 촬영물을 누가 촬영했는지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정준영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그는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사례는 총 11건, 기존 확인된 8건에 더해 최근 3건의 불법 촬영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도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음란물 유통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그러나 경찰 유착과 관련된 사건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경찰 유착의 요점인 ‘금품 수수’ 정황에 대해 경찰은 여전히 “확인 중”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입건된 현직 경찰의 수는 총 5명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