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내달 1일 시정연설…‘평화·경제’ 여야협치 호소한다(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10.29 17:00:26

내년도 예산안 설명하고 처리 협조 요청…취임 이후 세 번째 시정연설
국정운영 양대 축인 한반도 평화와 경제활성화에 대한 여야협치 절실
판문점선언, 국회 동의없으면 사상누각…재정적 뒷받침·입법사항 협조 당부
경제분야 文정부 최대 아킬레스건…민생경제 성과 위해 초당적 협력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1일 국회를 방문,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여야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 정부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한반도 평화와 경제 활성화에 대한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의 일환이다.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대독보다는 대통령의 여의도 직접 방문이 여야 설득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이어 내달 5일 여야 5당 원대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여야정 국정협의체’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다만 ‘여야관계는 남북관계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최악이라는 게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여야 협치’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6월 추가경정예산안, 11월 올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은 물론 여여 5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시정연설이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을 설득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당이 또다시 현수막 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우선 이번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문점선언의 이행은 남북경협의 본격화를 전제로 할 때 재정적 부담과 입법사항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여야 이견은 첨예하지만 그렇다고 설득 노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남북 간 평양선언 등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멈춰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을 경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사상누각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과거 남북정상 간 합의가 반짝 효과가 그친 것 역시 국회 비준 부재로 유야무야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내용을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판문점선언의 비준은 물론 이와 관련한 재정적 뒷받침과 필요한 입법사항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국무회의 비준을 놓고 야당이 ‘위헌’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 여부는 미지수다.

경제분야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청와대 집무실 내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특히 매달 통계지표 발표 때마다 ‘고용참사’에 가까운 현상이 반복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만 매몰돼 경제문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는 비판마저 나올 정도였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주재하는 매일 아침 차담회에 윤종적 경제수석이 항상 참석해 경제현안과 관련해서 보고를 받고 토론을 한다”고 해명에 나설 정도였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외적 불안 요인 탓에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의 날개없는 추락과 성장률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29일 코스피는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000선마저 무너지며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 임기 중반을 맞이하는 2019년은 중대 분수령이다. 경제분야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지지율 추락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어려운 경제현실 타개를 위해 민생경제와 관련한 입법사항에 대해서는 여야에 초당적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과 부진에 대한 유감 표명과 더불어 새로운 정책구상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8차 회의에서 “산업구조 변화, 고용없는 성장, 주력산업 구조조정, 어려운 자영업 여건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