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금지구역" 푯말에도 '슝~'…'전기자전거' 제외 우려도 [르포]

by이유림 기자
2026.09.30 16:42:22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확대 첫날 가보니
"통행 금지" 푯말 바로 아래에도 킥보드 지나가
시민들 "금지구역 더 늘려야"…서울시 "검토"
사고건수 줄었지만 전기자전거 사각지대 문제도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12:00~23:00 구간 내 280m 전동킥보드 통행 제한 구역.”

30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초등학교 앞 보도에는 전동킥보드 진입을 막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팻말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아찔한 주행이 이어졌다.

30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동킥보드 진입을 금지하는 가로등 표지판 아래에서 한 성인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정유진 수습기자)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2시 44분에도 한 남학생이 탄 킥보드가 보행자 사이를 빠른 속도로 비집고 지나갔다. 5분 뒤인 12시 49분에는 한 성인 남성이 보란 듯이 킥보드 금지 표지판 바로 밑을 타고 내달렸다. 도로 한편에는 전동킥보드 3대와 전기자전거 1대가 뒤섞여 방치돼 있었다.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학원에 다니는 수강생 권모(19)씨는 “도보를 지나다닐 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킥보드와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64)도 “학원 하원 시간이면 킥보드와 자전거가 인도로 마구 달려든다”며 “한 대에 2명씩 타고 달리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학부모 임모(44)씨 역시 “부모 입장에서는 늘 가슴을 졸인다”며 “표지판만 세울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위협과 일명 ‘킥라니(킥보드+고라니)’ 논란이 지속되자 서울시는 이날부터 ‘킥보드 없는 거리’를 확대 운영키로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범 운영해 온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에 이어, 이날부터 대치동 학원가, 은평구 연신내 로데오거리, 송파구 위례트랜짓몰 보행로 등 3곳을 추가 지정했다. 지정 구간을 위반해 주행할 경우 일반도로는 범칙금 3만원(벌점 15점), 어린이보호구역은 범칙금 6만원(벌점 30점)이 부과된다. 시행 첫날을 맞아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거리에서 계도 홍보를 나섰다.



‘킥보드 없는 거리’ 확대에 98.4% “환영”

사회적 경각심 확산과 지자체의 선제 조치로 관련 사고 자체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전국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23년 2389건에서 2024년 2232건, 2025년 1915건으로 줄었다. 서울 시내 사고 역시 2023년 500건(사망 3명·부상 547명)에서 2025년 333건(사망 3명·부상 377명)으로 줄었다.

시민들의 정책 만족도와 지지율도 높다. 지난해 9월 서울시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 운영 시민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9.2%가 ‘제도 도입 후 보행 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보행 밀집 지역이나 안전 취약 지역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98.4%가 찬성표를 던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인파 밀집 지역, 보·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상충 위험이 높은 곳을 찾아 보행자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정한 것”이라며 “시민분들의 수요나 불편사항이 있으면 추가 확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는 킥보드와 마찬가지로 보행자를 위협하는 ‘전기자전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터로만 움직이는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지만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전기가 발생해 ‘일반 자전거’로 분류된다.

실제로 킥보드 금지 구역 바로 바깥인 강남대성 학원가 앞에는 무단 방치된 전기자전거 5대가 인도를 가로막고 있었고, 킥보드 대신 자전거들이 빠른 속도로 인도 위를 내달리며 행인들을 위협했다.

대치동 주민 박모(72)씨는 “자전거는 자전거전용도로로 다녀야하는데 좁은 인도 위를 무섭게 질주하는 건 킥보드나 자전거나 다를 게 없다”며 “보행자가 다치지 않으려면 전동킥보드와 마찬가지로 전기자전거도 함께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