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부" 망언에 정의연 "미국 하버드 남성 교수 특권 드러나"
by이소현 기자
2021.02.17 17:36:35
16일 제1479차 정기 수요시위 개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 교수 논문 논란 지적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서…1000여명 연명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논란이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하버드대 교수, 백인 남성, 미국이란 나라의 특권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 1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7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지난 12일 별세한 고 정복수 할머니에 대한 추모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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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피해자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등지는 사이에 역사부정론자, 수정주의자들의 준동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라는 직함으로 재직 중인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 “자발적인 성 노동자”라고 규정한 논문을 내놓았다. 해당 논문에는 일본군 위안부가 1~2년치 선급금을 받고, 돈을 많이 벌어 그만둘 수도 있었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이에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를 시작으로 정치권과 학계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지만, 하버드라는 권위와 이름값을 이용한 일본 우익 학자들은 “탁월한 학술적 결과물”이라며 해당 논문을 둘러싼 파문을 확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에서 이뤄진 구조적 폭력과 성 착취 제도를 무시한 채 일본군 피해자들을 계약 매춘부로 묘사했다”며 “이는 가해 책임을 회피하고 부인해온 일본정부의 주장과 공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점은 학문의 자유를 빙자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동참하는 일본 우익세력에 동조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는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2차 가해에 동참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은 성노예제 피해자들을 ‘군을 대상으로 한 매춘부에 불과하며 선수금 먼저 받고 월급에서 까 나가는 방식으로 일했다’는 등의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노예제에 대한 부정뿐만 아니라 식민지하의 공창제라는 맥락 속에서 수많은 여성이 입은 피해를 부인하고, 제국주의적 성차별주의적 인종차별적 사고와 실천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이날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서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및 현대의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의도적 역사 부정 및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이 구조적 부정의와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지속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기관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 한다”며 “학문의 자유라는 핑계로 이루어지는 유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전 세계 1000여명의 개인 연구자, 활동가, 학생, 단체 등이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수요시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인 혜문 스님도 참석해 램지어 교수를 규탄하고, 우리 정부가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문 스님은 “망언으로 피해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램지어 교수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진정한 참회를 하라”며 “우리 정부도 피해자들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단호하게 일본의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자였던 정복수 할머니가 지난 12일 별세하면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