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협력사 호소 외면한 한국지엠, 월급 내어준 쌍용차 勞

by이승현 기자
2021.02.09 17:18:19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자동차를 만들 때 들어가는 부품 수는 2만5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부품 수가 많은 만큼 많은 협력사들이 존재한다. 부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자동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와 협력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완성차기업이 어려워지면 협력사들도 함께 어려워진다.

한국지엠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는 지난해 11월 19일 아침 피켓시위를 하고 호소문을 배포하면서 한국지엠의 임단협 조기타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협신회)
최근 유동성 위기와 매각협상 난항으로 쌍용자동차가 큰 위기에 처하자 중소협력사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됐다. 쌍용차가 자재나 부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협력사들도 연쇄부도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쌍용차는 협력사 대금 결제를 위해 임직원들의 임금을 1·2월 두 달간 절반만 지급하기로 하고 노동조합에 협조를 구했다. 쌍용차 노조는 “자금여력이 부족한 협력업체의 연쇄적 파산이 60만 생존권을 위협할 경우 고용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회사의 방침에 동의를 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선제적 희생은 협력업체와 더불어 생존하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와 채권단이 쌍용차와 부품협력사에 자금 지원 등 실질적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한국지엠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자동차 생산량이 줄자 협력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고 결국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는 노조에 부분파업을 멈추고 임단협 타결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협신회 회원사 대표 및 임직원들은 지난해 11월 19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살려달라”는 호소문을 한국지엠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이같은 호소에도 부분파업을 이어갔고 총 15일간의 부분파업으로 8만5000대의 생산손실을 입으면서 7년 만의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또 다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지엠의 협력사들 역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올해 한국지엠의 최우선 과제는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도, 내수 판매 및 수출 확대도 아니다.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협조적인 노사관계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다.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차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전기차로의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환경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도 줄어들고 만드는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들어간다. 새로운 변화 앞에 기업과 노조, 협력사가 똘똘 뭉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노조가 구태를 버리지 않는다면 변화의 시기에 적응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 노조와 한국지엠 노조의 상반된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