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재계 '칼바람 인사'…부회장부터 줄였다

by김정남 기자
2025.12.04 18:12:42

[재계 연말 칼바람 인사]
①그룹 부회장단 축소
②현장 기술 인재 중용
③더 커지는 AI 중요성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룹 부회장단 축소, 현장 기술 인재 중용, 더 커지는 인공지능(AI) 중요성.

재계 5대 그룹의 연말 ‘칼바람’ 인사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전례 없는 대내외 사업 리스크 와중에 AI 전환 가속화까지 맞물리면서, 주요 그룹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구조조정, 희망퇴직, 사업재편, 비상경영 등이 요즘 재계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얘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이날 2026년도 임원 인사를 통해 승진시킨 85명의 신규 임원 중 1980년대생은 17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40대 초중반 인재들이 그룹 실무의 중추로 부상한 것이다. 새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8세로 지난해(만 49.4세)보다 젊어졌다. SK그룹은 2022년(165명), 2023년(145명) 당시만 해도 임원 승진이 100명을 훌쩍 웃돌았지만, 2024년도 인사부터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곧 60년대생 임원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재계 한 고위인사는 “SK는 지난해부터 AI 중심의 리밸런싱(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며 “올해 인사 역시 계열사별로 퇴임 통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은 올해 임원을 역대 최대인 30% 감축했다.



SK그룹뿐만 아니다. 5대 그룹의 올해 주요 인사 키워드는 부회장단 축소다. 삼성전자는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로 부회장이 2명에서 1명(전영현 부회장)으로 줄었다. 삼성그룹 내 부회장은 전영현 부회장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 2명이다. LG그룹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2명에서 1명(권봉석 부회장)으로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부회장단 4명이 모두 물러났다.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이 50대 최고경영자(CEO)들과 3040 임원들이다. 특히 ‘기술’ ‘현장’에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 인재들을 대거 중용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류재철 LG전자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산업에 걸쳐 AI의 중요성이 워낙 커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게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별 AI 리서치센터와 미주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CEO 직속 AX단을 신설한다. 모두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주요 그룹들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를 늘리는 확장 정책을 썼는데, 지난해부터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선택과 집중 경향이 뚜렷하다”며 “기술을 더 중시한 것도 주요 포인트”라고 말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재계 임원 칼바람은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은 AI의 역설”이라고 했다.

다음주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차그룹도 칼바람 인사를 예고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앉힌 스타트업 출신 송창현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사장은 용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