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겠다"…총수 기소에도 담담한 삼성

by신민준 기자
2020.09.01 17:06:11

총수부재 겪어본데다 기소 가능성 꾸준히 제기된 영향
미래사업과 코로나 위기 극복위한 현장 경영 제동 우려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검찰이 불법합병과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룹 총수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삼성그룹 내부의 분위기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미 총수 부재 사태를 겪어본데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와 수사중단 권고 후 2개월 넘게 기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들어 시스템 반도체 육성 등 미래성장동력 사업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을 위해 펼쳤던 현장 경영의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류션(DS)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삼성전자 워킹맘 간담회까치 총 18회에 걸친 현장 경영을 펼쳐왔다. 이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가전 등 전 사업에 걸쳐 현장을 직접 챙기며 코로나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현장 방문과 미래차 사업 논의를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광폭 행보의 배경에는 올해 초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중단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10월말 파기환송심이 시작된 이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던 이 부회장의 현장 보폭은 줄어들었다. 이병철 선대회장 추도식이나 베트남 총리 초청 청와대 만찬 등 꼭 필요한 일정을 제외한 외부 활동은 자제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일정을 갖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어 새로운 불법합병과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현장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의 기소 직후 열린 80회 재판 중에서 직접 참석한 횟수가 1심 53회를 포함해 70회에 달한다.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로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부분은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을 중심으로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김현석 가전제품(CE)부문 사장 등 부문별 전문 경영진들이 메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의 구속 당시 권오현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종균 IM부문·윤부근 CE부문 사장이 함께 비상체제를 운영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언론을 통해 기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삼성 내부 분위기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담담한 편”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 사법리스크가 더 이어질 것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